경총 "일자리 정책 반대 아니다…원론적 발언일 뿐" 해명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비판 의견을 낸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대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그러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하루 만에 "정부 일자리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26일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까지 지혜와 힘을 모아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을 공식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경총은 양극화와 청년실업 문제 등 우리가 안은 모든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정부·노동계와 함께 책임져야 할 분명한 축이고 당사자인데, 이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없이 잘못된 내용을 가지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함으로써 정부와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일자리 문제가 표류하지 않을까 굉장히 염려된다"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는 언급도 곁들였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전날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포럼에서 한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김영배 부회장은 25일 경총포럼에서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다.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문제"라면서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이 지금처럼 지속되면 기업 규모나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런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경총의 현실 인식에 대해 즉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보름 만에 경총이 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인 일자리 정책에 대해 사실상 '반기'를 든 데 대한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정부 정책에 대한 재계의 동참을 강력하게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 문제의 키를 쥔 대기업을 위주로 한 사용자 측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기는커녕 발목 잡기에 나섰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재계를 직접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공개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향후 재벌개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경총은 이런 문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며 즉각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이날 "어제 경총포럼에서 김영배 부회장이 한 발언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전반적으로 비판하고자 한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며 "노동 시장의 경직된 구조를 지적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언급이었다"며 "경총은 그간 이전 정부에서도 기업 입장을 대변해 이 같은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 정책을 반대하려는 게 아니라 노사정이 힘을 합해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국내 5대 경제단체 가운데 하나인 경총은 노사문제를 담당하며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신아일보] 이선진 기자 s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