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낡은 구두, 우연이 아니라 더 와닿는 순간
[데스크 칼럼] 낡은 구두, 우연이 아니라 더 와닿는 순간
  • 신아일보
  • 승인 2017.05.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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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편집부 팀장
 

‘소통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연일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소탈한 모습 역시 크게 이슈가 되고 있다.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도 아니고 잘나가는 영화배우도 아닌데 팬심이 엄청나다. 불과 몇달전까지 ‘이게 나라냐’며 통곡하고 한탄했던 사람들의 입에선 ‘이게 나라다’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청와대 관저에서 첫출근을 하던 날 배웅에 나섰던 김정숙 여사가 ‘바지가 짧다. 하나 사야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요즘은 이게 유행이래”하고 웃어넘겼다는 기사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미소지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집무실에는 자신이 참여정부시절 민정수석으로 일할 무렵 쓰던 낡은 원탁테이블도 가져다 뒀다.

쓰지 않고 창고에 보관된 테이블을 꺼내온 것도 눈길가지만 직각 테이블이 아닌 원형을 가져다둠으로서 상석 대신 모두가 같은 위치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은 그의 그릇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래서 지지율이 80%를 넘어서는가보다. 취임 초 첫 지지율 조사에서 문 대통령은 81.6%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문빠’를 자처하고 나서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예인처럼 쫓아다니며 응원할 수는 없어도 대통령 일거수일투족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딱히 문빠가 아니더라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불만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엔 구두다.

문재인 대통령 구두 스토리가 전해지면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름과 동시에 연관검색어 역시 장악해버렸다.

다른 이슈들도 그랬지만 구두를 향한 반응은 조금 더 뜨겁다. 낡고 평범한 듯한 구두 사진이 공개됐는데 그 브랜드가 예사롭지 않다.

구두를 만드는 풍경에서 제작한 AGIO는 청각장애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된 사회적 기업이다. 유명백화점에도 입점할만큼 실력을 갖춘 수제화이지만 경기침체 벽을 넘지 못하고 2013년 폐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다시 주문하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이미 폐업한 후라 주문을 할 수 없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최순실이 출두할 때 신었던 프라다 신발과 비교해 ‘악마는 프라다를 신고 천사는 아지오를 신는다’는 등의 댓글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밑창이 낡아서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구두를 신었던 대통령, 구두를 벗으니 나오는 생소한 브랜드, 장애인들의 꿈이 담긴 세상에 몇 켤레 밖에 없을 수제화.

상황들이 우연하게 맞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늘 그렇게 살아왔기에 맞아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후자가 맞다면 5년 뒤 임기가 끝날 무렵에도 우리는 행복한 국민일 것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라 미국인을 부러워했던 그 시간들이 꿈처럼 우리 앞에도 찾아 왔다고, 고생 끝에 낙이 왔다고 믿고 싶다.

한결 같은 문재인 대통령 소탈한 행보에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내며 찬란해질 우리의 5년을 소원해 본다. 

/고아라 편집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