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정규직 제로화 '완주가 목표다'
[기자수첩] 비정규직 제로화 '완주가 목표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5.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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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고, 급히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일이라도 이 부분을 놓치면 긍정적인 결과와는 멀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적잖다. 정규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에 있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움을 달래줄만한 의미있는 공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크고 작은 우려와 논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비정규직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계에선 너도 나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공기관들은 사실 좀 난감하다.

새 정부 출범 후 얼마 되지 않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구체적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바라는 기대치는 한 껏 높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자체와 민간기업에까지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 당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비정규직의 100%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물론 가능한 일은 맞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추진으로 인력운용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왔던 공공기관들 입장에선 전혀 쌩뚱맞은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가 방향을 트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온탕과 냉탕을 옮겨갈 때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종잇장 뒤집 듯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이다.

우선은 차별없는 노동환경을 구현하자는데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정규직 확대의 긍정적인 부분을 살리면서 서서히 비정규직 수를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는 정규직이 됐는데, 왜 나는 안되냐?"는 식의 다툼과 갈등은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 당장 나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부분부터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자세가 궁극적으로 '비정규직 제로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가 쉽지 않은 첫 발을 뗐다. 방향이 맞다면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 다급한 마음에 이쪽, 저쪽으로 붙잡고 흔들면 골인점에 도달하는 시간만 늦어질 뿐이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