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유쾌한 반란’이 기다려지는 이유
[데스크 칼럼] ‘유쾌한 반란’이 기다려지는 이유
  • 신아일보
  • 승인 2017.05.2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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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오 경제부장
 

지난 3월2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김동연의 유쾌한 반란’이란 강연이 있었다.

강연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 이날 자리는 과거 기재부에서 일했던 ‘올드보이’로서 후배들에게 강연하는 자리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김 후보자의 정책 방향성을 기재부 후배들에게 제시하는 행사가 돼버렸다.

김 후보자는 당시 EBS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강대국의 조건’을 인용해 영국의 역사에서 사람을 통한 혁신을, 로마의 역사에서 사회구조에 깔린 포용을 각각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각종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주철대포는 기술을 가진 유대인인 ‘사람’을 중시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마의 번성을 예로들 땐 로마가 과거에 점령한 국가에 억압적 지배를 하는 대신 관용을 베풀고 다양성을 수용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람의 문제와 사회 구조와 관련된 핵심 해결방안으로 ‘킹핀’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개만 넘어뜨리면 나머지 아홉 개도 넘어뜨릴 수 있는 볼링의 ‘킹핀’을 비유로 들며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의 강연내용은 사람과 공감이 중시되는 향후 행보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김 후보자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킹핀’은 사회보상 체계라고 말했다.

‘승자독식’이나 ‘기득권 카르텔’을 깨부수고 보상체계를 흐트러뜨려 재구성하면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 구조와 관련해서는 어떤 현상이 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개념을 끌어들였다.

일부에게 편중된 부(富)가 이동의 사다리가 막혀 단절되면서 사회 다수가 분노를 가슴 속에 품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떤 계기로든 이 분노가 표출되면 큰 폭발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 구조를 해결하는 킹핀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의미하는 ‘거버넌스’를 꼽았다. 사회보상체계와 ‘게임의 룰’을 누가 어떤 절차와 규칙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거버넌스를 소수의 엘리트가 과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달여 전의 김 후보자 강연 내용을 되짚어볼 때 앞으로 문재인 경제팀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 예측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문 대통령이 경제부총리로 낙점하게 된 이유가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데 국민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통합 대통령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 군사정권은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무력으로 정권을 만들고 이끌었다.

국사정권이 무너진 뒤에는 지역구도와 좌우이념으로 갈라져 반쪽짜리 정부가 돼버렸다.

반쪽짜리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한쪽이 입안하고 한쪽은 반대하면서 시간이 지나가버리기 일쑤였다.

23일은 우리 현대사에서 참 아픈 날로 기록될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를 추모하는 8주기이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법정에 서는 모습을 온 국민이 방송을 통해 봐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의 강연에서 핵심을 뽑는다면 ‘혁신은 사람의 문제이고, 관용은 사회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을 중요시 하고 사회의 변화를 주도에서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날의 강연처럼 사분오열된 사회구조를 하나로 통합하는 ‘유쾌한 반란’이 기다려진다. 

/한상오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