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 정부' 향후 5년의 초석 "여당은 乙 야당은 甲"
[기자수첩] '문재인 정부' 향후 5년의 초석 "여당은 乙 야당은 甲"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7.05.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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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의 힘겨운 문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에도 여당의 경험이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역풍을 발판삼아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152명을 당선시켰다.

그러나 행정부도 잡고, 입법부(국회)의 과반을 차지한 뒤에도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과거사법 등 노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한 4대 개혁 입법 처리에 모두 실패했다.

줄곧 거대 여당을 유지했던 한나라당 때문에 '과반 미만' 의석이기에 안된다는 '핑계의 정치학'은 '여대야소(與大野小)' 노무현 정권 이후 쓸 수 없는 변명이 된 것이다.

2017년 민주당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비록 여소야대 국회로 시작하게 됐지만, 국민들은 핑계가 아닌 야당에게 진정 협치를 구하는 낮은 자세의 민주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2일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협치의 자세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의 우원식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야4당의 원내지도부를 잇달아 찾아 여당을 '을(乙)', 야당을 '갑(甲)'이라 표현하는데 게의치 않았다.

그는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갑도 을도 해보니까 갑의 횡포도 알고 을의 눈물도 잘 알게 됐다"며 "역지사지해서 처지를 잘 살펴보는게 소통의 시작이라고 본다"고 진심을 전했다.

또 "소통의 선배로 정 원내대표를 잘 모시면서 함께 협치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갑과 을', 법률적인 용어로 계약서상의 상호 당사자들을 칭하는 말이었지만 '갑'은 주도권을 쥔 사람으로, '을'은 불리한 위치에 있으면서 갑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사람을 칭하는 용어로 대한민국에서 굳어졌다.

그러나 인생사 영원한 갑은 없다. 2004년 탄핵을 역풍으로 야당으로 밀려난 한나라당과 여당이 된 후 여야 협치해 실패해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고 끝난 17대 국회의 열린우리당처럼 세상일은 한순간에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된다.

이런 면에서 "여당은 乙 야당은 甲"이라고 말한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향후 5년간 더불어민주당이 하루하루 새기고 또 새겨야 할 말일 것이다.

[신아일보] 박규리 기자 bgr8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