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연봉제 존폐 기로…직무급제가 대안될까
금융권 성과연봉제 존폐 기로…직무급제가 대안될까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5.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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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근로자 동의 없이는 도입 무효"…노조 승소 판결
▲ 지난해 9월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박근혜 정부에서 강행했던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에 대해 '폐지 후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데다 지난 18일 법원이 근로자의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시행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박 정부는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금융권 성과연봉제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간부급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 일반 직원으로 확대하고, 성과급 격차를 더 벌리는 내용이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를 불러오는 '해고연봉제'라고 비판하며 총파업을 통해 저항했지만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며 각 기관에 이사회 의결을 통해 도입할 것을 압박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금융공공기관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돼 성과연봉제 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는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 조합원 10명이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며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허권 위원장은 "노동권을 보장한 헌법 위에 서서 노동자·국민을 깔아뭉개려 했던 박근혜 정권의 성과연봉제는 사형을 선고받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금융·공공부문에 강제 도입된 모든 성과연봉제를 즉시 원상회복할 것을 각 기관장들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의 노조들은 대부분 법원에 효력정지 소송을 낸 상태다.

다만 지금과 같은 단순한 호봉제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며 새로운 직무급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기재부 또한 대다수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포기할 것에 대비해 직무급제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무급은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와 달리, 근로자가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