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결국 특검으로…트럼프 "모든 게 마녀사냥"
'러시아 스캔들' 결국 특검으로…트럼프 "모든 게 마녀사냥"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5.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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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에 뮬러 전 FBI 국장 지명… 트럼프, 발표 30분 전에 통보 받아
▲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방미 중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사진=AFP/연합뉴스)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확정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제 해임당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바로 전임자인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이 특검에 임명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을 향해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수사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거센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이번 특검에 대해 "특검 임명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특검 도입 결정이 범죄가 발생했거나 기소가 보장된다는 결과에 따른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이번 특검 발표 30분 전에 도널드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전화로 특검 임명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이 사건에서 손을 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특검에 대한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실제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전날 성명에서 "법무장관 대행으로서의 내 능력에 따라 특검을 임명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결정을 했다"며 백악관이나 세션스 장관과 상의 없이 자신이 독단으로 특검 임명을 결정했음을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30분께 특검 소식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침묵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척 화를 내거나 흥분할 거란 예상과 달리 정적이 흘렀다"며 "그는 잠시 뒤 침묵을 깨고 '맞서 보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책을 맡은 뮬러 전 국장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FBI 수장을 지낸 베테랑 수사관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해 동성(銅星)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임명을 "미국 역사상 한 정치인에 대한 가장 큰 단일 마녀사냥"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그는 18일 오전 트위터에 "클린턴 캠페인과 오바마 정부의 그토록 많은 불법 행위에도 단 한 명의 특검도 임명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격앙된 반응은 전날의 성명이나 특검을 통보받았을 때의 차분한 첫 입장과는 사뭇 대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오전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합동 기자회견 중, 러시아 내통 의혹과 뮬러 특검 임명에 대해 "모든 것이 마녀사냥이다. 나와 내 대선캠프와 러시아 인들 간에 어떤 내통도 없었다. 제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말 중간에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지만(but I can only speak for myself)"이란 단서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믿어라. 내통은 없었다. 러시아는 좋다. 하지만 러시아건, 다른 어떤 나라건 간에 나의 최우선 사안은 미국이다. 믿어달라"며 "나라가 분열된 것같다. 그것(러시아 내통 의혹)과 많은 것들 때문에 매우 분열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No), 노"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과 코미 전 국장 해임을 둘러싼 '진실게임'은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