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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장실 바뀌었지만 여전히 얼룩진 여성혐오
[기자수첩] 화장실 바뀌었지만 여전히 얼룩진 여성혐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5.1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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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랑스에선 ‘역사적 이벤트’로 평가받는 이번 대선의 승리자,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마크롱의 부인인 브리짓 트로뉴가 그 주인공이다. 브리짓은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대선 승리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주목받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정통적이지 않은’ 25세 연상 부인이기 때문이다.

브리짓의 나이는 64세로 남편인 마크롱보다 25살 연상이다. 이를 두고 일부 프랑스 시민들은 온갖 조롱과 성차별 발언을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마크롱 당선인은 “정통적이지 않은 관계로 아내가 일상에서 여성혐오 피해를 겪는다”며 “만약 내가 브리짓보다 20살이 많았다면 아무도 우리 관계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혐오(女性嫌惡)는 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 또는 반여성적인 편견을 뜻한다. 프랑스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혐오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문제다.

우리나라 여성혐오가 사회적인 문제로 가시화된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5월 17일 발생했던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에서부터다.

당초 조현병을 앓던 남성의 ‘묻지마 살인’으로 그쳤던 이 사건은, 가해 남성이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피해망상에 여자를 노리고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여성혐오 문제로 초점이 옮겨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들 사이에는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졌고, 이는 더 나아가 여성이어서 겪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 문제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며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여성혐오 범죄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성(性) 차별적 ‘사회 구조’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근본적 인식 개선 대신 남녀 공용화장실의 분리 설치 의무화, 공중 화장실 입구에 폐쇄회로(CC)TV설치 등 앞다퉈 화장실 개선책만을 내놨다.

여성혐오를 없애자는 여론들도 언젠가 부터 불특정 여성 또는 남성을 향한 혐오 논쟁으로 변질되면서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여성혐오의 완전한 근절을 위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넘어 사회적인 성 의식을 평등하게 바꾸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여성혐오 문제가 단순 성별 대결전으로 얼룩져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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