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투신 외교관들, '친정' 복귀 말아야"
"정치투신 외교관들, '친정' 복귀 말아야"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5.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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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사, 외교부 내부통신망에 '선배들' 비판글 게시
"후배들, 콘클라베 갇힌 밀실 아닌 토론장으로 나오길"

한 현직 대사가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은퇴 외교관들의 대선 후 현역 복귀에 반대한다는 비판 글을 외교부 내부 통신망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외교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용호(55, 외시 20회) 주 벨라루스 대사는 지난 13일 외교부 직원 내부 통신망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업 공무원제 확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김 대사는 "지난 10년간 청와대는 물론 내각에 '올드보이(은퇴 공무원)'들이 귀환해 역사를 미래로 전진하게 하기보다는 과거로 회귀하게 하는 퇴행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며 "우리 부(외교부)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퇴직한 선배 외교관들이 선거판에 끼어들어 정치권에 들어가더니 선거 후에는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현역으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캠프 출신' 전직 외교관들이 '친정'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후배들의 정치적 중립 유지, 직업공무원제 확립 등에 도움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이어 "개인적으로 자연의 섭리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순환이라고 믿는다"며 "올드보이들은 현역으로 귀환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길을 가거나 원로로서 자문의 역할에 머무르는 미덕을 살려 후배들이 언제까지고 '꺼진 불'도 다시 보며 살지않게 내버려 둬야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후배들이 퇴직한 선배가 언제 다시 상관으로 돌아올 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업무에 임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 대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나는 우리 후배들이 더 이상 콘클라베의 갇힌 밀실에 있지말고 대화와 토론의 열린 광장으로 나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조직운영 스타일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교황 선출을 위한 '끝장 회의'를 칭하는 콘클라베는 외교부 안에서 윤 장관 주재하에 간부들이 참석하는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회의를 일컫는 은어로 통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글이 외교부 내에서 퍼지자 전·현직 외교관들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 캠프와 불출마 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캠프 등에 수십명의 외교부 전직 인사들이 참여하고 그 중 일부는 현역 복귀가 점쳐지는 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대변안 글이라며 공감하고 있다.

반면 외교관이 대선 캠프를 거쳐 각료 등으로 복귀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흔히 있는 일인데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전직 외교관이라는 사실이 정무직 공무원에 임명되는데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