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장 되지만 연봉 격차에 눈물 짓는 '무기계약직'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공부문 일자리의 실태는 어떨까.
고용 안정성이 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이지만 비정규직은 몇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연봉 차이는 최대 3배 이상 나는 등 처우는 나빠지고 있었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12년부터 5년간 국내 35개 공기업(시장·준시장형)의 비정규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전체 직원 17만1659명 중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등 포함)은 33.2%인 5만7031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인 셈이다.
공기업 내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 5년간 3% 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동안 정규직이 5.8%(6259명) 증가하는 사이에 비정규직은 22.3%(1만392명) 급증했다고 CEO스코어는 밝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첫번째 외부일정으로 방문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는데, 기존까지 비정규직 비중은 85.6%(6932명)에 달했다.
이 밖에 한국마사회(81.9%, 3984명), 한국공항공사(68.4%, 4074명), 한전KDN(54.3%, 1583명), 여수광양항만공사(50.3%, 147명)도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었다.
반면 한국가스기술공사의 비정규직 비중은 7.6%(113명)로 35개 공기업 중 가장 낮았고, 해양환경관리공단(8.9%, 54명),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9.7%, 27명)도 10%를 넘지 않았다.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정부는 '비정규직'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무기계약직이 있는 공공기관(기타공공기관 제외)은 총 97개로, 이들 기관의 무기계약직 1인당 연봉 평균은 4084만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관의 정규직 1인당 연봉 평균은 6890만원으로 무기계약직보다 2806만원 더 많았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1인당 연봉 격차는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2571만원이었던 공공기관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연봉 격차는 2014년 2751만원으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2800만원을 넘어섰다.
기관별 1인당 평균 연봉을 보면 기술보증기금의 정규직(8884만원)과 무기계약직(3181만원) 간 연봉 차이가 5703만원으로 가장 컸다.
연봉 배율을 보면 국민연금공단(3.22배)과 한국자산관리공사(3.03배) 두 곳만 정규직 연봉이 무기계약직의 3배가 넘었다.
이처럼 일부 연구직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기계약직은 학력이나 경력 등을 이유로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무기계약직이 이른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이인 '중규직'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하면서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 정책이 검토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우려부터 나오는 이유는 이런 배경때문일 것이다.
결국, 직접고용에서 더 나아가 합리적인 처우 개선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일자리 창출'은 허울만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