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복심' 양정철 퇴장… "내 역할은 여기까지"
文대통령 '복심' 양정철 퇴장… "내 역할은 여기까지"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5.16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선실세' 논란 우려에 뉴질랜드行… "잊혀질 권리 허락해달라"

▲ (사진=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측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3철'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새 정부에서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고 '백의종군'을 결정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양 전 비서관은 정부 공직을 맡지 않더라고 국내에 머물 경우 '비선실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에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해 장기간 체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비서관의 거취를 놓고 고심하던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관저로 양 전 비서관을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양 전 비서관은 새 정부 국정운영에 한 치의 부담도 주지 않고 백의종군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으며, 문 대통령은 그 뜻을 존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 중 한 명이다.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문 대통령의 정치입문 결심을 이끌어냈다.

이번 대선 때 선대위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수석급 요직을 맡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그는 문 대통령이 대선도전을 준비할 때부터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나의 소임은 거기까지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다. 결국 양 전 비서관의 거취는 그의 뜻대로 '2선 후퇴'로 결론이 났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 10일 인수위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새 정부 초반 틀을 짜는데 보좌업무를 계속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지인들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다. 머나먼 항해는 끝났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 그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또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고,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 비선이 아니라 묵묵히 도왔을 뿐이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3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 비선도 없고 그 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 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내겠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