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막돼먹은 영애씨' 국민 밉상 정지순
[인터뷰] '막돼먹은 영애씨' 국민 밉상 정지순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5.15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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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지순? 노노~ 극 소심 A형입니다"
세 아이의 아빠 정지순 "국민 밉상, 궁상 캐릭터에 감사"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정지순 인터뷰
"'막영애' 개지순? 노노~ 극 소심 A형입니다"
세 아이의 아빠 정지순 "국민 밉상, 궁상 캐릭터에 감사"

항상 웃음 띤 표정의 친근한 외모 탓에 많은 사람들이 개그맨으로 착각한다는 배우 정지순씨. 하지만 외모와 달리 tvN 장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는 국민 밉상 캐릭터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온갖 직장 내 밉상 짓에 갖은 궁상을 연기 하면서 왠지 현실의 여느 직장에도 한 명쯤 있음직한 공감대로 드라마 내내 사랑(?) 받은 캐릭터지만, 드라마 초기에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맘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털털해 보이는 첫 인상에 “뭘 해도 밉상으로 봐 줘서 고맙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를 본지 기자가 만나봤다.

박: 캐릭터 연기하면서 힘든 점은?

정: 막영애 출연이 벌써 10년이 돼 버렸어요. 처음에 들어갈 때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밉게 보이나, 불쌍하게 보여야 되나, 그런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제 10년이 지나다 보니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제가 어떤 행동을 해도 밉게 봐주시고 또 얄밉게 봐주시고 그런 게 더 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시간이 하도 지나서 그냥 '쟤는 미운 애구나' 하고 10년 동안 고정되다 보니까 요즘에 되게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박: 인터넷에 악플도 많이 달렸지 않아요?

정: 초반에는 되게 힘들었어요. 연극하다 그래도 오랫동안 한 드라마가 처음이어서 저도 게시판 들어가서 보면 80%가 다 제 욕이었거든요.

그냥 어떤 역할이 밉다 그렇게 쓰면 그래도 역할이고 하니까 괜찮은데 실명을 쓰니까 정지순이란 이름이 본명이다 보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또 심하신 분들은 부모님 욕까지 하고 그런 것이 있어서 초반에는 댓글까지 남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시즌12 끝나고 13때 빠졌었는데 또 그렇게 미워하셨던 분들이 빠지고 나니까 왜 걔 빼느냐고, 정지순 다시 불러오라는 글도 많았고 또 한편 지금은 위안이 되고 그런 요청들도 많고 그래서 13때 다시 할 수도 있었고 그런 것이 조금 도움도 되고 그런 것 같아서 요즘은 조금 부담 없이 연기하고 있어요.

박: 보니 퀴어 영화에도 나오셨어요? '걱정 말아요'.

정: 그게 이제 잘생기신 연기자들에겐 러브라인도 있고 저도 멜로도 해보고 싶은데 저희 같은 사람들한테는 잘 안 시켜줘서….

처음에는 퀴어영화가 뭔지도 모르고 전화가 왔을 때는 끊고 찾아보니까 동성애 영화라고 나와서 다시 전화해서 물어본 것은 딱 하나 베드신이 있냐? 아니면 좀 노출이 있어야 되냐? 그런 것을 물어봤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상대 남자배우를 여자로 생각해야 되나, 아니면 진짜 그래야 되나, 그런데 또 여자로 생각하기에는 또 그런 것 같고…. 그래서 점점 진짜 사랑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영화 찍으면서.

박: 처음 멜로 찍으신 거죠?

정: 네. 멜로 꼭 하고 싶습니다.

박: 연극도 하고 다양한 역할 많이 했는데 다음 원하는 장르는 멜로는?

정: 저는 연기자니까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역할 보다 어디에 끼워놔도 어울리는 배우.

그러니까 멜로에 끼워놔도 어울리고 무서운 호러에 끼워놔도 어울리고 아니면 진짜 웃기는 코미디에 끼워놔도 어울리는 거기서 모나지 않게 잘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 싶지 딱히 뭘 해보고 싶다는 없어요.

아까 말한 멜로는 평생에 없을 것 같아서 욕심을 한 번 냈던 것이고 어디에 끼워놔도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 연기자로서 말고 인간 정지순은 평소 성격이?

정: 극소심한 A형이고요 그래서 막영애가 지금 10년이 됐으니까 거기에 있는 배우들과도 많이 친해지고 그랬는데 친해지는데 3년 걸렸거든요.

시즌 초반에는 낯가리고 그래서 되게 못되게 연기하고 혼자 숨어있고 그런 적도 많고 방송은 가자마자 이 사람이랑 처음 보는 사람이랑 싸워야 되고 멱살 잡아야 되고 뭐 그런 것 때문에 되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성격은 그냥 막영애에서 보는 것만큼 그렇지는 않고 조금 연극하고 힘들게 살아서 구두쇠인 면은 있긴 있는데 성격까지 똑같진 않고 보통 그냥…. 되게 소심해요 그래서 물건 하나 살 때도 한 달 고민하고 그런 정도?

박: 재밌어 보이세요.

정: 그러니까 보이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길가다가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얼핏 저사람 어디서 봤더라? 그래서 물어보면 개그맨이냐고 제일 많이 물어봐요.

다 들리게 하는 말 있잖아요. '어 저사람 개그맨인데'

뭐 이제 그러고 지나가시는 분 많고 저희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 개지순이다' 이렇게 극중 별명으로 부르시는 분들도 많구요.

박: 드라마에서는 이혼남으로 나오지만 현실은 세 자녀 두셨죠? 육아 힘들지 않나요?

정: 토할 것 같아요. 첫 째를 낳고 두 살 터울 동생 하나를 갖자 해서 원래 자녀 계획이 두 명이었는데 둘째 셋째가 쌍둥이인 바람에 그래서 세 명이 됐는데 건강하게 인큐베이터 나와서도 애가 셋이다 보니까 집에서 뭐 산후우울증이 제가 왔거든요.

촬영이 없으면 하루 종일 안고 달래기도 하고 기저귀도 갈고 애를 안고 베란다를 보고 이제 눈물짓게 되고 그래서 쌍둥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두 돌 가까이 되가는데 다 건강하게 그런 모습 보면 행복하기도 하고 집에 들어가면 달려오는 애들을 보면 기분 좋기도 하지만 딱 10분 좋고 그 다음부터는 힘든 거, 힘든 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힘든 것 같아요. 되게 힘든 것 같아요. 자꾸 눈물 나려고 그러지?

박: 다음 작품이나 예능은?

정: 전에 아내랑 자기야 한번 나가봤는데 오우, 그런 게 무섭더라구요.

대본을 주셔서 '아 이분 다음에 제 얘기를 하는 구나'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얘기하려고 하고 있는데 어디서 툭 치고 들어오고 툭 치고 들어오고….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전달해야 될 대사가 있으니까 '끊고 다시 갈게요' 하거나 그러는데 거기는 안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알아서 중간에 차고 들어가야지 할 수 있는 곳이더라구요. 그래서 그 뒤로 여기는….

박: 연극 생활 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연기를 하게 된 원동력?

정: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극단에 들어가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스물아홉이 됐는데 아직도 엄마 주머니에서 만 원 짜리 훔쳐가지고 대학로 나가고 지방 공연 간다고 다니고 있고 그러는 거 에요.

아 이걸 그만 둬야 되나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딴에 선배한테 그 때 당시 친한 선배한테 나 너무 힘든데 관두고 싶다고 말을 했더니 ‘그래 힘들면 그만 둬야지’ 그 말에 오기가 조금 생긴 것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서른이 됐는데 아직까지 고민만 하고 머리는 해야 되나 말아야 하고 있는데 몸은 극단에 나가서 연습을 하고 있고 이걸 또 계속 하고 있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서른 이후에 방송 쪽을 많이 알아봤거든요.

제가 뭘 해도 금방 질리는 스타일인데 요즘 나오는 휴대폰 게임을 해도 한두 달 하다 말고 뭘 해도 한두 달 하고 마는데 연기는 지금까지 애착을 갖고 하는 걸 보면 지금은 연기가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