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이 썼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이 썼다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7.05.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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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5월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윤태영 대변인과 자료를 보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선서 직후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은 '노무현의 필사'인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5·9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이튿날인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회의장에게 취임 선서를 하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이름으로 윤 대변인이 쓴 '취임사'를 읽으며 자신의 정책 기조를 밝혔다.

대통령 취임사는 5년 임기 동안 단 한 차례 진행되며,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국정 방향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대통령 메시지의 백미로 꼽힌다.

대통령 당선인은 두 달이 넘는 인수위 동안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취임사를 준비하는 게 관례이지만, 이번 대선은 인수위가 없기 때문에 그 과정을 생략하고 문 대통령이 신임하는 윤 전 대변인에게 이를 전담시켰다는 후문이다.

윤 전 대변인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과 함께 취임사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두 번의 대변인과 연설기획비서관·제1부속실장을 하면서 '노무현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다.

대통령 메시지 생산을 총괄하는 연설기획비서관이나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인 대변인은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어야 업무수행이 가능한데, 당시 윤 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글로 옮길 거의 유일한 참모였다고 알려져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연을 맺은 윤 전 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도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선후보 수락연설문을 직접 작성했다.

지금도 많이 회자하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명문도 그때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번 취임사에서도 이 내용은 그대로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개혁과 국민통합'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로 강조했는데, 이 세 문장 속에 문 대통령이 말하려는 모든 게 녹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윤 전 대변인은 취임사 외에도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마지막 TV 연설문도 직접 썼다.

최근에는 노 전 대통령의 화법을 분석한 '대통령의 말하기', 청와대 근무시절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 '오래된 생각'을 출간하는 등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

[신아일보] 박규리 기자 bgr8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