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한일 위안부 합의 충분치 않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한일 위안부 합의 충분치 않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5.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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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구제 기준에 미흡" 사실상 재협상 권고… 국제사회 첫 평가 의미
▲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평화의 소녀상'. (자료사진=연합뉴스)

유엔 산하 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며, 사실상 재협상을 권고했다. 이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유엔 차원의 첫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유엔 인권 최고기구(UNOHCHR) 산하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CAT)는 2일(현지시간) 6년 만에 한국 보고서를 펴내면서 2015년 12월 이뤄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 내용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은 강제력이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권위와 영향력이 큰 유엔 차원에서 나온 국제사회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첫 공식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양국 간 이뤄진 합의를 환영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서는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38명의 피해자가 생존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피해자 구제권을 명시한 고문방지협약 14조의 기준에서 보면 합의의 범위와 내용 모두 부족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위안부 문제는 계속 검토 중인 사안이고 다음 보고서에서 다뤄질 것이다"라고 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한일 위안부 합의 전까지 일본 정부의 진실한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으나 양국 합의 이후 관련 내용을 보고서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번 위원회의 보고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아베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감을 언급한 직후 나온 평가인만큼, 우리 정부가 활용할 근거자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언급하며 재협상 및 무효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시위 중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 씨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이 어떤 절차를 밟아 이행되고 있는지 한국 정부가 위원회에 내년 5월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도 요구했다.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으로 불리는 고문방지협약은 1984년 채택됐다. 한국과 일본 모두 협약 가입국이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