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외 사건·사고 대응 부실한 대한민국
[기자수첩] 해외 사건·사고 대응 부실한 대한민국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5.1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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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소리 내 울지도 못하겠다.”

지난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의 한 터널에서 벌어진 유치원 버스 화재 사고로 네 살배기 딸을 잃은 아버지 김미석(40)씨는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사고 다음날인 10일 사고 현장을 찾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막 품안을 떠나 뛰어다니기 시작한 병아리 같은 자식들을 하루아침에 타국에서 잃어야했던 부모의 마음을 감히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하지만 유가족들은 “사고 원인 조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우리에겐 말도 안 해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유족들은 아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곳을 몰라 직접 인근 병원 2~3곳을 돌면서 장례식장을 뒤지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 지도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다행히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 당국의 유족들을 대하는 태도에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남대서양에서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연출됐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정부가 수색경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한 건의 정보라도 더 얻기 위해 우왕좌왕 해야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재도 정부로부터 돌봄 받지 못한 채, 선사와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를 지켜보며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고 있다.

한국의 해외여행객 수가 연간 2000만 명에 육박하고 재외동포는 720만 명에 달하는데 우리 국민에 대한 정부의 안전과 사고처리 대응은 이처럼 부실하기만 하다.

박주선 의원(국민의당·광주 동남을)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전 세계 163개 해외공관의 사건사고 담당영사가 66명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사건사고처리 대응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이 광범위한 경우 사건사고 전담영사가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게 되면 2~4일의 공백이 발생한다. 해외 사건사고 발생 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신속한 초동대응은 사실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19대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선거뿐 아니라 18대 대선에서도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동안 재외동포나 여행객들이 재외공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현실적인 재외국민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탓일까.

이번 대선에서 미주 한인들을 포함한 재외국민 유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시대’ 개막과 함께 재외국민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객 등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지휘권 체계가 자리 잡힐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또한 무엇보다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 유족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하루 빨리 안정화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