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와병 3년째… 글로벌 경쟁 차질 빚나
이건희 회장 와병 3년째… 글로벌 경쟁 차질 빚나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5.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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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부재에도 삼성전자 호황… 주가, 사상 최고가
삼성전자 임원 54명 승진 인사… 예년보다 5개월 지연
▲ (자료사진=신아일보)

11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만 3년이 됐다.

삼성은 지난 3년간 총수 부재로 위기를 맞았지만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이 계열사 합병과 업무조정을 주도하는 등 특유의 ‘시스템 경영’으로 이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장기 글로벌 경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이건희 회장 ‘병상’ 3년째… 병세 호전 없어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인근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이어 다음 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이 회장은 이후 심폐기능이 정상을 되찾자 입원 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병원 20층에 있는 VIP 병실로 옮겨져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병세는 호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용 부회장 구속·미전실 해체·中스마트폰 시장 약세

삼성은 이 회장이 부재한 3년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의 해체 등 악재를 겪었다.

먼저 이 부회장은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영권 승계의 유력한 방안인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지난달 27일 백지화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삼성그룹도 큰 변화를 겪었다. 미전실이 이 부회장이 기소된 2월 28일 전격 해체됐다.

미전실은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을 거쳐 명맥을 유지해왔다.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왔던 삼성은 이제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의 길을 걷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올해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내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판매 대수는 35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0만대보다 60%나 감소했다. 점유율은 8.6%에서 3.3%로 내려앉았다. 화웨이가 19.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오포(17.5%), 비보(17.1%)까지 포함한 중국 스마트폰 3대 업체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애플(10.1%), 샤오미(8.0%)에 이어 삼성전자는 6위에 그쳤다.

◇ 삼성전자, 사업 면에선 역대급 전성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에도 삼성전자는 사업 면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9조8984억원, 매출 50조5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8.3%, 1.5%씩 증가한 실적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3년 3분기(10조1636억원) 이후 최대치여서 역대 2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반도체 슈퍼 호황이 실적을 견인했다.

또 지난달 말 출시한 갤럭시S8은 판매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8일 235만원을 넘어서며 사상최고가를 갈아치우며 9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실적 성장 기대감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등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작년에만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등을 샀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9조원 이상(80억달러)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전장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하면서 자동차 부품 업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 삼성전자 임원 인사… IM·CE 등 54명 승진

삼성전자는 11일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 등 세트 사업 부문 임원 54명을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임원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예년보다 5개월가량 늦게 실시된 것이다. 삼성은 매년 12월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승진 인사를 해왔다.

직급별 승진자는 부사장 6명, 전무 11명, 상무 30명, 전문위원 5명, 마스터 선임 2명 등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2명(조셉 스틴지아노 전무, 존 헤링턴 상무)과 여성 2명(이애영 상무, 이혜정 상무)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최경식 부사장을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에 임명하는 등 주요 사업부와 해외지역 담당 임원 등 전무와 부사장급 7명의 보직 인사도 실시했다.

삼성전자 세트 사업 부문 인사가 이날 발표됨에 따라 반도체 등 DS(부품)사업 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 인사도 조만간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