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교수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비중 2.3%”
김우진 교수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비중 2.3%”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5.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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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지배주주 경영권 보호에 주로 쓰인다”

▲ 한국증권학회

국내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취득한 다음 소각하지 않고 대부분 갖고 있거나 재매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나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연구를 보면 여러 선진국과는 다르게 자사주가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기존 지배주주의 경영권 보호에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7일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한국증권학회지에 발표한 ‘한국 기업의 자사주 처분 및 소각에 관한 실증 연구’ 논문을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전체 제조기업이 12년간(2004∼2015년) 시행한 자사주의 취득·처분·소각 활동 중 소각은 174건이었다.

12년간 연간 상장사 수를 합한 7428개 중 소각 활동을 한 기업의 비중을 집계한 결과 소각 활동 비중은 평균 2.3%였다.

이것은 자사주 취득(1904건, 25.6%)과 처분(1460건, 19.7%)에 비해 낮은 것이다.

김우진 교수는 “자사주 취득과 처분에 비해 소각 활동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는 것은 자사주 취득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이 소각한 자사주는 조사 대상 회사 전체 상장주식 수의 평균 5.6%(750억원)였다. 이는 기업들이 사들인 자사주가 총 상장주식 수의 2.6%(339억원), 처분한 자사주가 상장주식 수의 3.2%(332억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결과를 보면 국내 상장사들의 소각 건수는 적으나 일단 소각을 하기로 한 경우 그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매입한 자사주를 갖고 있기 보다는 처분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배구조(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점수)가 양호하거나 배당액이 많거나 이사회 평가가 좋을수록 자사주 소각을 많이 했다.

또 상장주식 수에 비해 처분 주식 수가 10% 이상인 대규모 처분 건을 보면 지배구조가 후진적일수록, 감사기구가 적절하게 움직이지 않을수록 자사주를 팔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이 지배구조가 양호한 기업에서는 자사주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지배구조가 좋지 않을수록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 자사주 처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결과가 자사주의 제3자 매각 때에도 신주 발행과 유사한 주주 평등의 원칙을 따르게 하는 상법개정안에 실증적 타당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