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유연근무제 도입 확산… 노조, '실효성' 지적
은행권 유연근무제 도입 확산… 노조, '실효성' 지적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5.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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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출퇴근제·재택근무 등으로 업무 효율성 제고 기대

지난해 신한은행에서 시작된 '유연근무제' 도입 움직임이 전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유연근무제를 통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 문제 등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 논란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스마트워킹센터 근무 △재택근무 △자율출퇴근제로 구성된 '스마트근무제'를 도입했으며, 지난 2월부터는 이를 보완한 '스마트근무제 2.0'을 실시하고 있다.

본부 부서와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영해왔던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전 계열사 직원으로 유연근무제 대상을 확대해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IBK기업은행 역시 지난 3월부터 본점 직원을 대상으로 시차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오전 7시30분부터 오전 10시 사이에 30분 간격으로 출근 시간을 정해 8시간을 근무하는 형태다.

신사옥 입주를 앞둔 KEB하나은행은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에 앉아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오피스'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의 연이은 유연근무제 도입 움직임은 급증하는 비대면 거래 등 금융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영업이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탄력적인 근무형태를 도입해 직원에게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고객에게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연근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직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유연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던 KB국민은행은 지난달 희망 영업점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가 유연근무제 실시 지점 근무자 4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무시간 유연화를 통해 직원들의 복지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유연근무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직원이 응답자(218명)의 57.8%로 공감한다는 직원(37.6%)보다 더 많았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열린 취임식에서 "경영진들은 이중삼중의 실적압박으로도 모자라 유연근무제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의 초과근로를 강요하고 있다"며 유연근무제 확대 시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노사간 합의를 통해 유연근무제 확대를 지속 추진하겠단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노사간 의견 교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