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안정희 씨의 ‘단비’ 같은 사랑실천
철원 안정희 씨의 ‘단비’ 같은 사랑실천
  • 최문한 기자
  • 승인 2017.04.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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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계층 초교생에게 2년째 사랑의 도우미 역할

▲안정희 씨(가운데)가 오승환 학생을 옆에 두고 여성회원들과 함께 밑반찬을 만들어주고 있다. ⓒ최문한 기자 
강원 철원에서 불우계층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는 어린 학생에게 사랑의 도우미 역할을 하며 단비를 뿌려주는 50대 여성이 ‘살만한 철원만들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철원지역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철원군지회 여성회장과 철원군번영회부회장을 맡고 있는 안정희(56·동송읍 이평리) 씨다.

안 씨는 지난 29일 주말을 이용해 철원군지회 여성회원 10여명과 함께 수건·양말 수십개를 싸들고 철원읍 화지리 오승환(철원초교 4학년) 군의 집을 방문해 5평 정도의 2칸짜리 방과 주방 등 여기저기를 청소하며 깨끗한 보금자리로 탈바꿈시켜줬다.

청소를 마친 뒤에는 미리 사가지고 간 부식과 양념으로 멸치볶음, 오이소박이 등 갖가지 밑반찬을 만들며 오 군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눠 웃음꽃이 만개하는 행복의 집을 연출했다.

안 씨는 지난해 초 주위로부터 학교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오 군이 아빠 오 씨(56세·노동)와의 생계를 걱정하며 자부담이 드는 경기 출전은 포기할 때가 많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안 씨는 곧바로 오 군을 찾아 운동화, 점퍼 등을 사다주며 힘과 사랑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물론 현재까지 2~3개월에 한번씩 열리는 경기출전과 훈련 경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사랑에 힘입어 오 군은 지난해 11월 강원도교육감기 테니스대회 복식부문에서 3위에 입상해 동메달을 따는 등 3개 도내 초등부대회에서 입상하는 실적을 내 테니스유망주로 우뚝 서게 됐다.

오 군은 “아줌마가 옷·신발 등을 사다줘 처음에는 왜 그러나 하는 의아심이 들었다”며 “이제는 집안청소와 반찬까지 만들어주기 위해 집을 찾아와 조금은 부끄러웠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1년이 넘도록 챙겨줘서 항상 기분도 좋은 것 같고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아줌마 덕분에 운동과 공부할 때도 힘이 나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인터뷰를 주저하던 안 씨는 “오 군은 힘든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도와주는 마음이 수월했다”며 “테니스든 뭐든 기죽지 않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가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안 씨의 남다른 사랑실천은 철원 땅에서 메말라가는 어린새싹에 뿌려지는 단비와도 같다는 평가다.

[신아일보] 철원/최문한 기자 asia55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