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 마인드 가진 정부가 탄생해야”
“글로벌 스타트업 마인드 가진 정부가 탄생해야”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4.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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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페이게이트 박소영 대표

▲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 (사진=페이게이트)

최근 P2P(Peer to Peer)대출이 주목을 받으면서 P2P사업을 위해 필요한 금융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P2P대출을 비롯한 핀테크 사업을 위해 필요한 금융플랫폼 중 요즘 단연 주목받고 있는 것이 페이게이트의 ‘세이퍼트’다.

세이퍼트는 집금이나 송금, 환전 등 금융사가 갖고 있는 기본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돼 있고 15년 동안 운영돼 업계에서 안정적인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세이퍼트의 개발 및 운영사인 페이게이트의 박소영 대표를 만나 세이퍼트에 대한 설명과 금융당국의 핀테크 정책을 보고 느낀 생각을 들었다.

박 대표는 1998년 8월 페이게이트를 창업해 현재까지 페이게이트를 이끌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특별부회장이며, 월드핀테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핀테크포럼 의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핀테크 기술 분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페이게이트의 본래 수익모델은 본래 글로벌 고객에게 온라인 제품을 파는 온라인 상점에게 신용카드, 계좌이체, 핸드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창업 후 20년이 된 지금은 크로스보더 온라인 결제(해외결제) 외에 크로스보더 레미턴스(해외송금), 금융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플랫폼 제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이퍼트는 기업이 핀테크 업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의 이름이다. 소프트웨어의 종류로 보면 ‘금융 API’이다. 세이퍼트 플랫폼은 쉽게 말하면 일종의 정거장이다. 금융 소프트웨어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세이퍼트를 이용하면 새롭게 핀테크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새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기업이 보다 빠르게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또 시스템과 서비스용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또 해당 서비스를 가지고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기 좋게 설계된 서비스가 세이퍼트다.

▲ 세이퍼트. (사진=페이게이트)

박 대표는 “세이퍼트는 금융업무 자동화에 필요한 플랫폼, 일종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며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기초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핀테크 산업구조는 전통 금융기관의 역할과 금융 API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기업 그리고 핀테크 서비스 역할을 하는 3가지 산업군이 서로 융합되어 핀테크 산업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이퍼트는 박 대표가 창업 후 3년차를 맞았을 때 다수의 고객사에 매일 처리하는 정산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한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하게 됐다. 개발기간은 총 3년이 었고 2003년에 실제 서비스로 시판됐다.

해당 기간 동안 회사 수익금을 모두 세이퍼트 개발에 넣고, 대부분의 자본을 모두 투자해 개발했다. 이후에도 페이게이트는 지속적으로 세이퍼트 고도화를 쉬지 않았다. 총 개발 기간이 16년이며 투입된 개발비는 50억원이다. 세이퍼트와 관련된 특허도 유럽과 한국에서 받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세이퍼트는 아쉽게도 100%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이퍼트는 사실상 은행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페이게이트가 세이퍼트를 가지고 은행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페이게이트는 몇 가지 정부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기 위해 계획에 없던 세이퍼트 서비스 구조 변경을 하느라 수개월 간 긴박하게 사업을 진행했다. P2P렌딩(대출)분야 다수의 사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세이퍼트의 역할 중에는 자금을 집금, 대출, 회수하는 것도 있다.

금융당국은 페이게이트가 아닌 은행이 자금을 관리하도록 역할을 분리할 것을 권유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만이 자금을 집금, 보유, 정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안전한 기관이라고 결정했다.

페이게이트 박소영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P2P 산업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빠르게 의사 결정하고 은행에 자금 보관 역할을 맡겼다.

다만 박 대표는 “안전을 위해 자유가 제한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지난 15년 이상 페이게이트가 엄청난 자금을 취급 관리했으나 사고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이게이트는 창업 이래 지속적으로 무차입 경영을 실천하고 한해도 빠지지 않고 외부 감사인을 통해 회계 감사와 보안감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은행이 안전하다는 입장이고 은행만이 안전하니 모든 자금을 은행이 맡아서 관리하고 핀테크 기업은 서비스를 개발 운영만 하라는 것”이라며 “이것은 핀테크 기업의 사업이 유연성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요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박 대표는 은행과의 협력으로 얻게 되는 안전함이 있으니, 일부 역동성이나 창의성,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은 더 많이 노력하면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정부가 고객을 보호해야 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시장이 스스로 자생력을 기르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대화하면서 같이 연구해 준다면 한국에도 세계적 핀테크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2014년 11월부터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을 맡으면서 핀테크 업계의 입장도 대변하고 있다.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의 위치에서 생각했을 때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계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라며 “스타트업이 핀테크 사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법규와 제도, 민간 규제 등으로 인해 꿈을 접는 일이 없도록 좀 더 포용하고 열린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전통 금융기관과의 관계가 아무래도 더 가깝고 친숙할 수 밖에 없는 금융당국 곧 정부가 글로벌 스타트업의 마인드를 가지고 리스크를 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을 가진다면 한국의 핀테크 산업은 광속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