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사드 '기습 배치' 완료… 시험가동 임박
한밤 중 사드 '기습 배치' 완료… 시험가동 임박
  • 박영훈·신석균 기자
  • 승인 2017.04.2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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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대 6기·레이더 등 핵심장비 성주골프장 반입 완료
예상보다 빠른 전개… 대선전 변수제거 '알박기' 분석
국방부 "작전 운용능력 확보 차원"… 주민들 강력 반발
▲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이 26일 새벽 경북 성주골프장에 군사작전을 벌이듯 전격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배치했다.

지난 3월 6일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사드 발사대 2기를 반입한 지 51일 만이다. 이에 따라 발사대와 사격통제 레이더 등이 곧 시험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미군이 이날 자정부터 시작한 사드 배치는 4시간여 만에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 등 핵심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반입시켰다. 오전 4시 43분, 6시 50분께 2차례에 걸쳐 반입한 사드 장비는 군용 트레일러와 트럭 등 20여대 분량이다.

부산과 칠곡 왜관에 분산 보관해온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 레이더, 요격미사일, 교전통제소 등이 모두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드 1개 포대는 기본적으로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된다.

이날 성주골프장에 반입된 장비는 사드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장비에 속한다. 발사대와 사격통제레이더, 교전통제소를 연결만 하면 바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작전 수행이 가능해진다.

특히 '사드의 눈'으로 불리는 엑스밴드 레이더는 분해하지 않고 완성품으로 들여와 다른 체계와 조립 과정을 거치면 바로 운용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군은 사드의 핵심 장비가 성주골프장에 전개됨에 따라 이른 시일 내 초기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장비 시험가동에 들어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줄곧 조속한 사드 배치를 강조해왔지만 미군의 이날 사드 장비 반입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일 한미 양국이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끝냈지만 성주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기지설계, 시설 공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지설계도 하기 전에 사드 장비부터 반입한 것은 대선전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일종의 '알박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 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미 들여온 사드 장비를 철수시키는데는 부담을 가질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드 장비 반입은 사드 배치 재검토의 여지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한미 당국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사드 배치를 위해 경찰은 경력 8000여 명을 동원해 소성리 마을회관 앞은 물론 성주골프장으로 통하는 지방도 905호 등을 모두 통제했다.

소성리 마을회관은 성주골프장에서 2.5㎞ 떨어진 곳으로 평소 사드배치 반대 집회장으로 이용돼왔다. 사드 배치 소식을 들은 성주투쟁위원회 주민은 비상 사이렌을 울리고 집결하라는 비상연락을 돌리기도 했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는 주민 200여명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려 몰려들었다. 이들은 마을회관 앞 도로에 차 10여 대를 대고 저항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3시께 경찰은 차량 유리창을 깨고 주민들을 모두 견인하면서 사드 배치를 막지는 못했다.

▲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자 경찰과 주민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 충돌로 주민 12명이 갈비뼈·손목 골절 등 부사을 당했고, 박희주(김천시의원)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상황이 끝나자 오전 7시 50분께 상당수 경찰력을 철수시켰다. 약 8시간 만에 사드 장비 반입이 마무리된 셈이다.

국방부는 이날 성주골프장에 사드 장비가 들어간 직후 입장 자료에서 "이번 조치는 가용한 사드 체계의 일부 전력을 공여 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번 반입과 무관하게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 남은 사드 배치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안에 사드 체계의 완전한 작전 운용 능력을 구비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국방부도 "사드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핵심조치"라면서 "방어적인 무기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를 최대한 조속히 완료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를 경찰이 불법적으로 막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아일보] 박영훈·신석균 기자 yhpark@shinailbo.co.kr, sgseo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