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부고발자 보호보단 ‘보복’하는 현대차
[기자수첩] 내부고발자 보호보단 ‘보복’하는 현대차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4.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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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위해 조직의 비리나 부정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자’(Whistle-Blower)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엔진 결함 등을 폭로해 해고된 김광호 전 부장을 복직시키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단순히 공익제보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하는 등 회사 자료를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의 주장이다.

엔진 결함 이슈는 25년간 현대차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김 전 부장의 내부 고발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김 전 부장은 현대차가 자동차 제작과정 결함 32건을 알고도 시정하지 않아 위법을 저질렀다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국토교통부·권익위·언론 등에 자료를 전달했다.

또 쏘나타 47만대를 2015년 미국에서만 리콜하고 한국에서는 결함을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런 제보들은 대규모 리콜을 결정하는 단초가 됐다.

이후 현대차는 자신의 아픈 곳을 찌른 김 전 부장을 해임했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 3월 현대차가 엔진결함 등 품질문제를 신고·제보한 공익신고자를 사내보안 규정 위반 사유로 해임한 것은 옳지 않다며 공익신고자를 복직시키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런 권익위의 결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현대차는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검찰에 김 전 부장을 고소했는데 경찰이 그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의 내부고발이 리콜로 이어져 소비자 권익이 보호됐다는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의 영업비밀 유출을 형사처분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리를 고발한 사람이 되레 큰 피해를 보고 있다니, 이런 불합리 속에서 누가 공익제보의 휘슬을 불 수 있을까?

현재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마련돼 있지만 신고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보완책 강구가 시급하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