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장관 된 사람도 있어…'테스타로사' 입점 청탁도"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가 부처 장관과 외교관, 국립대 총장 인사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24일 열린 이 교수의 위증 사건 1회 공판에서 특검이 공개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특검 진술조서 등을 통해 밝혀졌다.
조서에 따르면 서 원장은 특검에서 "이 교수로부터 '교육부 장관과 식약처장, 미얀마·베트남 대사 등 자리에 인사 추천을 해 달라'거나 '경북대·충북대 총장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최순실씨의 요청에 따라서 이 교수가 이 같은 자리에 추천할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서 원장에게 대상자를 확인해달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가운데 실제 장관이 된 사람도 있고 대부분은 실제로 (인사가) 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또 "이력서를 서 원장이 이 교수에게 전달하면 이 교수가 최씨에게 전달하고, 최씨가 각 부처 장관 등 여러 인사에 관여하면서 국정 농단의 면모를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또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치의로 선정되는 과정에도 이 교수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주치의 임명 경위에 대해 서 원장은 특검에서 "갑자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대통령 주치의 면접을 본다'는 연락을 받고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첫 대면했다"면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말씀 많이 들었다'고 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첫 순방 이후 국내에 들어오자 이 교수가 전화를 해 '대통령이 서 원장에 대한 인상이 좋아 만족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서 원장이 "선생님께서 저를 추천하셨군요"라고 하자 이 교수는 답은 없이 "잘 모시세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서 원장은 "서울대병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이 교수로부터 의외의 전화를 받았다"며 "병원장 임기가 언제냐고 묻길래 2016년 5월이라고 답했더니 이 교수가 '도전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이 교수에게 '서울대병원장을 바꾸는 게 대통령 뜻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서 원장은 2015년 5월경에는 이 교수로부터 '커피 수입업체인데 회사는 작으나 서울대병원에 입점이 가능하냐'는 문의를 받았는데, 그 이름이 '테스타로사'였다고도 밝혔다.
서 원장은 특검에서 "나중에 알고보니 최씨가 관여했던 커피 메이커업체였다"며 "당시 이 교수가 '(테스타로사의) 수입 커피가 기흥 컨트리클럽에도 반입됐는데 맛이 좋아 평판이 좋다'고 말한 적 있다"고 진술했다.
기흥 컨트리클럽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소유한 골프장으로 최씨의 단골 골프장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8일 이 교수 사건에 대해 피고인 측 변론과 피고인신문을 진행한 뒤 검찰 측 의견을 듣고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결심 공판을 하면 이 교수에 대한 선고기일은 5월 중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의혹 진명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 일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교수는 당시 "김영재씨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해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지만, 서 원장은 김씨를 이 교수로부터 추천받았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이 교수는 위증 혐의를 인정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