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민순 문건 진상 문 후보가 밝혀라
[사설] 송민순 문건 진상 문 후보가 밝혀라
  • 신아일보
  • 승인 2017.04.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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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이 초반전을 지나 중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2강-1중-2약’의 조금은 밋밋한 선거상황이 전개되는 듯했다.

각 당 캠프는 자신들의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이슈를 찾느라 눈을 부릅뜨고 타 후보 진영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후보들의 그전 언행까지 추적한다.

그런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갑작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송민순 문건’이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송민순 문건’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11월 21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전에 노무현정부가 북한에 의사를 타진했다며 청와대 관련 문건을 공개한 것이다.

이 문건에는 “남측이 반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이 담겼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출간한 ‘빙하는 움직인다’ 책에서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한 입장을 확인하자고 했고,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용했으며, 북한 반대를 확인한 노무현 정부가 그해 11월 20일 기권을 결정했다”고 썼다.

이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19일 TV토론에서 ‘국정원 해외정보망을 통해 북한 반응을 판단해본 것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송 전 장관이 21일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직접 북한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는 청와대 문건을 공개했다.

이후 다른 대선 후보들과 송 전 장관은 문 후보를 ‘거짓말했다’며 몰아 붙쳤다. 문 후보는 “새로운 색깔론 북풍공작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문 후보는 색깔론으로 맞섰다. 하지만 색깔론으로 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 송 전 장관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한 만큼 문 후보도 증거를 통해 진위를 가릴 책임이 있다.

색깔론이란 아무 근거 없이 친북·종북으로 몰아갈 때 가능한 말이다. 그런데 당시 핵심 장관이 관련 문건을 제시해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 보인다. 그가 공개한 수첩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기억 못할 정도의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송 전 장관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책이 언론에서 문제 되기 전 문재인 후보 측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 나는 ‘당시에는 나라 생각하는 충정에서 그렇게 했지만 지금 보니 물어보고 할 건 아니었다고 문 후보가 말하는 게 맞다’고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는 처음에는 ‘기억이 없다’고 했다가 ‘기권 결정을 통보’ 한 것이라고 하는 등 수차례나 말을 바꾸어가면서 결국 송 전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이런 정황을 볼 때 문 후보가 그냥 덮어두고 갈 일은 아니다.

정확한 진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당시 청와대 회의 내용과 국정원 관련 문건도 확인하고 당사자들에게 진상을 따져 물어야 한다.

문 후보는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중 유력 주자다. 대통령은 모든 국가 문제에 대한 마지막 결정권자다. 특히 북한과 안보는 나라와 국민 생명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대통령은 명쾌하고 분명한 안보 철학과 실천 전략을 언제 어디서나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문 후보가 지금처럼 무조건 부인하고 색깔론을 내세워 넘기려는 태도는 곤란하다. 국가 지도자는 명확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문 후보는 진상 규명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