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만 351만t… 정부 대응은 번번이 실패
남아도는 쌀만 351만t… 정부 대응은 번번이 실패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4.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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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재배면적 감소에도 생산량 ↑…소비 줄고 수입 늘어 '이중고'
쌀값 하락·관리비·변동 직불금 확대 '악순환'…"대안 마련 시급"
▲ 정부에 쌀 수입 중단 및 쌀값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농민 시위에서 전국 곳곳에서 수확한 벼가 야적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의 주곡(主穀)인 쌀이 어느 순간부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전국 양곡 창고에는 쌀가마니가 가득 쌓여있다. 쌀소비 촉진 등 정부의 여러 정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쌀 재고 문재는 갈수록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 양곡 재고는 233만t에 달한다. 여기에 민간 재고도 118만t이나 쌓여 있다. 통계 작성을 시작했던 1970년의 재고량이 32만t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쌀을 창고에 재워 두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쌀 재고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Q)가 권고하는 적정 재고량 80만t을 4배 이상 웃돈다.

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보관료도 매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정부 양곡 보관창고는 3900여곳에 달하며, 한해 보관비만 2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쌀 재고량이 크게 늘어난 원인은 경지 면적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도 농업기술 발달로 쌀 생산량이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외국 쌀 수입에 더불어 소비 감소가 이어지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쌀 재배면적은 1970년과 비교했을때 지난해 54.4%가 줄었지만, 생산성은 63.6%나 높아져 쌀 생산량은 오히려 더 늘었다.

여기에 서구식 식생활과 건강식 선호 등으로 소비 양상이 바뀌면서 쌀 소비는 30년 만에 인당 소비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1985년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평균 128.1㎏의 쌀을 소비했으나 2015년에는 62.9㎏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늘어난 의무수입 물량은 재고 증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2005년부터 밥쌀이 의무적으로 수입되는 것도 문제다.

수입쌀 재고는 2010년 이후 20만∼30만t 수준이었으나 2014∼2015년은 50만t 안팎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급증한 쌀 재고량은 쌀값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며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 산지 평균 쌀값은 농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3만원 선 아래로 떨어져 80kg에 12만9711원을 기록했다. 쌀농사 소득률도 50.2%로 1966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았다.

이밖에 재고 증가가 가격 하락을 초래해 쌀 소득 보전을 위한 정부의 변동직불이 지출도 늘어나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 등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안 마련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쌀 소비 촉진 캠페인, 홍보 등 긍정적인 인식 개선과 소비 확대 사업은 쌀 소비 감소를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이에 남아도는 쌀 문제에 대응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쌀 생산량 조절과 기존 밥상 이외에 새로운 쌀 소비처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와 자치단체, 전문가는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해 생산량을 줄이고 쌀 가공제품과 쌀가루 산업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경북도의 경우 올해 시범사업으로 쌀가루와 밀가루 가격 차액과 가공비 일정액을 업체에 지원해 안정적으로 쌀가루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민의 잃어버린 밥맛을 다시 찾아 쌀 중심인 식습관을 어느 정도 회복하도록 다수확 쌀 비중을 줄이고 고품질 생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다양한 방식으로 쌀을 소비하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외 소비시장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 정책을 중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