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했던 경산 농협 강도는 40대 농민…총기 어떻게 구했나
치밀했던 경산 농협 강도는 40대 농민…총기 어떻게 구했나
  • 강정근 기자
  • 승인 2017.04.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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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단양에서 붙잡힌 농협 권총 강도 용의자 김모(43)씨가 22일 오후 경북 경산시 계양동 경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산 농협 총기 강도사건의 피의자는 인근에 거주하는 40대 농민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인이 총기를 구한 경로를 집중 수사 중이다.

23일 경북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충북에서 검거한 피의자 김모(43)씨를 경산으로 앞송해 기초 조사를 한 것에 이어 이날 오전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김씨는 검거 당시 범행을 순순히 자백하고 "총을 버렸다"고 진술했지만, 총기 구입 경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총기를 입수하게 된 경위와 범행동기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아울러 김씨가 권총을 버렸다고 말한 지점 주변에 대한 수색 작업도 벌일 계획이다.

김씨는 사건 현장에서 불과 8㎞가량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농업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사건 현장의 CCTV 분석을 통해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화물차 운전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한 끝에 김씨를 붙잡았다.

▲ 지난 20일 오전 경산시 남산면 자인농협 하남지점 앞에 있던 농협 총기 강도사건 용의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는 이번 범행에서 치밀한 계획성과 대범함을 보였다.

손님이 적은 점심시간을 택했으며, 남자직원 1명, 여자직원 2명만 근무하고 있는 것을 노렸고 4분 만에 모든 범행을 마친 뒤 도주했다.

이에 따라 김씨가 농협의 사정을 꿰뚫고 있거나 철저히 사전 답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씨는 범행 당시에는 어눌한 말투로 "(돈을)담아", "핸드폰", "(금고)안에" 등의 단어만 사용하며 외국인인 것처럼 연기해 수사 초기 혼선을 빚기도 했다.

김씨는 또 도주 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했다. 도심이 아닌 변두리 지역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을 이용한 것이다.

범행을 마친 뒤에는 농협에서 3.2㎞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1t 화물차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충북 단양의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검거될 당시 가족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는 점은 김씨의 대범함을 보여준다.

김씨는 범행 직후에도 농협에서 돈을 찾아 나오는 고객처럼 여유롭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김씨가 보증으로 인한 채무 관계가 있었다"는 김씨 이웃의 진술도 확보하고 범행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면 이날 오후 또는 24일 오전 중으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정상진 경산경찰서장은 "22일 오후에 김씨를 검거하는 바람에 많은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23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수사를 해 총기 입수 경위와 범행동기 등을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5분 경산시 남산면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권총을 들고 침입해 직원들을 위협 현금 1563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김씨는 범행 과정에서 실탄 1발을 발사했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신아일보] 경산/강정근 기자 jgg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