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수색방식 변경 요구… 절단 등 검토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수색방식 변경 요구… 절단 등 검토
  • 박한우 기자
  • 승인 2017.04.21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체 무너질 위험에 대규모 절단 어려워"
안전사고 대비책 우선 마련한 뒤 실행할 듯
▲ 21일 오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세월호 수습 과정을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수색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기화의 우려로 선체 수색 방식이 변경될지 주목되고 있다.

21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목포 신항 북문 밖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선체 수색방식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여러분의 여망과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미수습자 수습은 사실상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원회는 책임있는 자세로 미수습자 수습을 위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수부 등은 세월호가 인양됐으니 미수습자 역시 곧 수습될 거라는 발표를 해왔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진상조사와 작업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안에서 미수습자 수습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내 수색팀은 수색에 들어간지 나흘이 지났지만 4층 선수에 뚫린 구멍으로 진입해 고작 7m 전진하는데 그쳤다.

미수습자 가족은 "지금 세월호 수색은 선체 절단 구멍 입구에서 작업자 한두 명이 손으로 펄을 양동이에 담아내고 있는 수준이다"며 "이런 식으로는 미수습자 수습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러나 수습방법 등에 대해서는 가족들 차원의 특별한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

당초 해양수산부와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는 세월호 선수·선미 객실 부분만 잘라내고, 이를 똑바로 세워 세월호 옆에 내려놓은 뒤 수색하는 '객실 직립방식'으로 선내 수색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과 선체조사위원회가 증거 훼손 우려를 들어 반대하면서 세월호를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 그대로,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수색하는 쪽으로 방식을 바꿨다.

18일부터 미수습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4층 객실 곳곳에 구멍을 뚫어 진출입로를 확보하고 선내로 진입, 수색에 들어갔다.

진상 규명에 필수인 선교(선장이 지휘하는 곳), 타기실(조타기가 있는 곳), 기관실, 화물창(창고)은 훼손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이미 뚫려 있는 개구부나 선체 중앙·윗쪽(우현)에 진출입로를 확보, 수색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침몰 당시 충격으로 선체가 찌그러져 들어갈 공간이 협소해 많은 인력이 들어갈 수 없고 지장물, 펄, 진흙이 가로막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기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진상 규명에 필요한 배선 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모든 지장물을 제거해야하고 모종삽 수준의 장비로 겨우 펄이나 진흙을 퍼내는 형편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 같은 수색을 지켜보고 해수부, 선조위에 수색 방식 변경을 공식 요구한 것이다.

선조위도 가족 요구를 듣고 구멍을 더 뚫거나 선체 일부를 잘라내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위원들은 다만, 선체 절단·천공 과정에서 선내 있는 지장물, 유류품 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일부 지장물이 쏟아져 나오면 무게 중심이 무너져 선체가 한쪽으로 기울 수 있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체를 지탱할 수 있는 철구조물 등을 설치한 다음 절단 작업을 해야 하는 방안 등이 향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는 "선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대규모 절단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원인 조사와는 관련이 크지 않은 객실 일부를 잘라내거나 구멍을 추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박한우 기자 hw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