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4차 공판… '정유라 지원' 놓고 불꽃공방
이재용 4차 공판… '정유라 지원' 놓고 불꽃공방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4.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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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삼성, 독일까지 건너가 崔와 회동"
삼성 "주변정황, 액수, 부담능력 따져야"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별관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줬는지를 밝힐 4번째 공판이 19일 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후 처음 열리는 '이재용 재판'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부회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SK·KT의 사례와의 비교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을 이어갔다.

특검은 이날 재판에서 KT 황창규 회장과 김인회 비서실장의 진술서를 공개하며 혐의 입증에 공을 들였다.

진술서에 따르면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최씨 소유 회사인 더블루K의 '연구용역 제안서'와 'KT스키 창단 계획서'가 들어있는 봉투를 받았다.

황 회장의 검토 지시를 받은 김 실장은 '제안서 내용이 KT와는 거리가 있고 대금(3억원)도 지나치게 높을 뿐 아니라 더블루K 임직원도 역량이 떨어지고 전문성도 없어 보여 용역을 진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보고했다.

황 회장은 검찰에서 "대통령 검토 요청이 있던 사안이라 즉답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상당 시간이 지난 뒤에 안종범 수석에게 추진 중단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스키단 창단 계획서에 대해서도 황 회장은 "비서실장이 스키단 규모에 비해 운영경비가 많게 책정됐고 상대(영재센터) 측도 파트너로서 신뢰하기 어려우니 창단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보고했다"며 "이 건도 대통령 검토 요청사안이라 일단 계열사에 검토 지시를 하는 등 시간을 지연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KT는 연구용역 대금이 3억원인데도 더블루K의 인적 구성에 대해 검토하는 등 신중히 판단했다"면서 "삼성은 독일에 가서 216억원짜리 (승마 지원) 계약을 맺었는데도 쉽게 승낙하고 정상 계약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특검은 또 "삼성은 언론에 국정농단이 보도되는데도 독일에 건너가 최씨와 비밀회동을 하고 이후에도 추가 지원하겠다는 협의도 한다"며 "KT도 작은 기업이 아닌데 이런 검증 과정을 거쳐서 지원을 거절했다. 삼성과 아주 다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삼성이 최씨를 지원한 대가로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이 부회장 측은 "단순 비교는 문제가 있다"며 정면 반박했다.

변호인은 "청와대에서 얼마나 관여됐는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대응이 크게 달라진다"면서 "주변 정황과 액수, 부담능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금액은 KT의 11배가 넘는다. KT도 큰 회사이긴 하지만 사회공헌 비용의 규모 자체가 다르고 부담 능력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삼성은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서 전지훈련을 지원할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KT는 더블루K가 KT와 연관되지 않는다고 거절할 명분이 충분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 측은 KT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을 꼬집으며 "그렇게 합리적으로 검증하고 따졌으면 왜 미르와 K재단엔 출연했나. 미르나 K재단의 구체적인 자료를 확인하고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출연한 것인가"라고도 따졌다.

한편 재판부는 이번 주부터 이 부회장 재판을 매주 수·목·금요일 등 주 3회로 진행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