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회의는 기업의 경쟁력이다
[기고칼럼] 회의는 기업의 경쟁력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4.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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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안 전 단국대 정보통신대학원장

 
삼성에서는 아침에 도시락을 먹으면서 간부회의나 중역회의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출근 전 회의는 대개 업무가 시작 전에 끝나기 때문에 업무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회의를 마친 임원들은 곧바로 회의 내용을 가지고 업무를 시작하거나, 간부회의를 속개하기 때문에 능률적이다.

직장에서 회의는 빈번하다. 하지만 ‘회의를 통해 결론은 도출하지만 결코 실행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결정된 사항을 옮기지 않는다. 회의 무용론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처럼 회의 결론이 ‘그림의 떡’으로 끝나는 회의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아무리 훌륭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쓸데없이 시간과 경비만 낭비하고 마는 꼴이 된다.

삼성 역시 10년 전에는 회의 결과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삼성은 품질개선회의를 통해 토의하고 곧바로 개선활동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바로 10년 전에 있었던 ‘불량제품 화형식’이 지금의 ‘애니콜(Anycall) 신화’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농부에겐 농토가 있고, 노동자에겐 기계가 있으며, 사업가에게는 회의가 있다’는 말이 있다. 회의는 기업 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행사이며 일정이다.

회의를 통해 진행의 중심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업무에 대한 틀을 마련하게 되고 아울러 여러 의견을 모으고 정리한다. 회사 업무 중에서 제일 필요한 것 중에 하나다.

삼성 역시 한 때에는 회의가 많았다. 삼성의 임원들이 회의에 할애하는 시간을 분석해 봤더니 업무 시간 중 회의시간 비중이 가장 높은 사람은 부사장급으로 48%를 회의에 사용했다.

회의 시간으로는 상무급이 최대 100시간이고 평균 월 50시간으로 가장 많았다. 횟수 역시 최대 48회이고 평균 월 24회로 거의 하루에 1회 이상 회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삼성에서는 무조건 일단 반으로 줄였다(eliminate), 그리고 유사한 회의는 통합했다 (Combine), 그래도 안 되면 간소화 시켰다(simplify).

회의를 풍자한 유명한 격언이 있다. ‘모이되 논하지 않고, 논하되 결정하지 않으며, 결정하되 행동하지 않으며, 행하되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회의 자체가 비능률적인 경영활동의 상징처럼 보였고, 지혜를 펼치는 장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과시하기 위한 장처럼 느껴졌다. 진행자의 능력 부족이 빚어낸 결과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회의는 진행과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진행자와 결정권자는 분리되어야 원만한 회의가 이루어질 수가 있다.

‘신호는 한 사람이.’ 이 말은 항구에서 화물을 육지로 옮기는 하역장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도 있다. 리더가 없는 회의는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는 말이다. 회의는 반드시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회의는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논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실에서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장이다. 그래서 회의 문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회사에서 주간회의, 월간회의, 정례회의 등 수많은 회의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렇게 많은 회의가 업무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회의는 의미가 없다. 

/김영안 전 단국대 정보통신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