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덩치 키우기보다 내실 다져야
[기자수첩] 쿠팡, 덩치 키우기보다 내실 다져야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4.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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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지난해 또 56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1년새 7822억이나 늘었지만 여전히 적자 신세다.

문제는 2015년에 6916억원이었던 판매비·관리비가 9548억원으로 지난해 2632억원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었는데, 많이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는 뜻이다.

쿠팡은 2015년 6월에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액이 2년도 채 안 돼 모두 사라진 셈이다.

연속 적자의 원인으로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 ‘쿠팡맨’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배송까지 자체 인력을 통해 해결하는 로켓배송을 위해 물류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배송지역을 전국으로 늘리면서 적자규모가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로켓배송 건당 배송비는 6000원가량으로 택배회사에 맡겼을 때 건당 1000~1500원인 것과 비교하면 4~6배 가량 높다.

쿠팡은 투자와 적자는 장기적 안목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쿠팡이 임대료가 비싼 잠실 사옥으로 이전한 것을 두고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신사옥 면적은 기존 삼성동 사옥의 2.2배다. 보증금이 1000억원에 월세가 연간 약 15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 규모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쿠팡이 임대료가 비싼 신사옥으로 이전하는 게 옳은 판단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아마존은 설립 초창기 광고를 하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 고객을 끌어 모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본을 고객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썼다.

최근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드론 배송’도 도입했다. 업계 1위인 쿠팡은 단순히 기업의 덩치를 키우기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내실을 다져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