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 저리 가라…'은행권 담합의 기술'
[기자수첩] 건설사 저리 가라…'은행권 담합의 기술'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4.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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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談合). 사업자 집단의 부당한 공동행위다. 그렇다면 부당하고 정당한 것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 내용을 방해하거나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경우 부당 공동행위로 본다.

최근 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올렸다. 그리고 일제히 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이것은 담합일까 아닐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기엔 부당한 공동행위와 별반 다를게 없어보인다. 돈을 풀때는 우르르 풀었다가 또 묶을 때는 가차없다.

이런 현상들은 짜기라도 한 듯 한꺼번에 일어난다. 노랑, 파랑, 초록…. 간판색깔은 달라도 우리나라 은행들은 한 몸처럼 움직인다.

건설업계는 최근 이 같은 은행들의 단합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담합이라면 어디가서 밀리지 않는 건설사들 사이에서 은행들을 상대로 "이게 담합이 아니고 뭐냐"는 말이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휘하에 항상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줬던 은행들이 이번엔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중도금대출을 꺼리고 있다. 90% 넘게 분양계약을 체결하고도 은행을 찾지 못한 건설사들은 황당할 노릇이다.

물론 은행만을 탓할 상황은 아니다. 치솟는 가계빚 문제를 뒤늦게 깨달은 정부가 '곳간 문 걸어 잠그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갑자기 초등학교때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기억이 난다. 상대팀이나 우리팀이나 작전은 없었다. 아이들은 공이 동쪽으로 굴러가면 그 쪽으로 우르르, 서쪽으로 굴러가면 반대편으로 우르르 내달렸다. 지금 우리나라 은행들처럼.

[기자수첩]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