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몰락에도 '우클릭' 하는 희한한 대선
보수 몰락에도 '우클릭' 하는 희한한 대선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4.16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수 붙들기' 올인하는 安
'보수 반감' 눈치 살피는 文
막판 보수후보들 거취도 변수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예수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십자성호를 긋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가 막을 올렸다. 보수의 궤멸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손쉽게 당선될 것이라던 초반 전망은 깨졌다. 문 후보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선고를 받은 지난 달 10일께만 하더라도 5·9 조기대선은 MB가 정동영을 560만 표 차이로 무참히 짓밟은 2007년 대선의 복사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 3주'만에 지지율을 300% 넘게 끌어올리면서 대선은 예측불허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안 후보의 폭등세는 갈 곳 잃은 보수층을 등에 업은 결과다. 관건은 이 폭등세가 대선 당일 득표율로 온전히 연결될 것인가의 문제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 후보 자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문 후보에 대한 '거부감'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문 후보가 대적 상대 없는 '1강' 체제를 한동안 유지해왔던 만큼 누적돼왔던 '반문' 유권자들의 반감이 안철수라는 대항마를 찾아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충성 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런 느슨한 보수표를 붙잡고자 비난여론이 뻔한데도 사드 반대를 외치다가 찬성으로 돌아섰다. 사드 극렬 반대론자인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까지 반대당론 철회를 검토하겠다며 거들고 나섰다.

자신의 지지층만 투표장에 불러들여도 무난한 승리를 자신했던 문 후보도 보수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겉으로는 '적폐청산' 구호를 거두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수층의 반감을 사지 않으려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호남은 물론 과반 득표를 기대했던 PK(부산·경남)에서도 안 후보가 치고 올라오자 상황은 더 다급해졌다.  

보수층이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안 후보를 찍기 위해 투표장으로 몰려가는 일은 막겠다는 전략으로 이동 중이다. 

최근 사드 배치 불가피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동시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덕룡 전 의원 등 과거 MB계열 인사들에 대한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보수층의 반감을 누그러뜨려 보려는 시도다.

범보수진영 후보들의 거취도 선거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막판으로 갈수록 "문재인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는 보수진영 내부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의 몰락'으로 이번 대선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던 보수가 5·9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형국이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