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없다” 우기던 현대차, 세타2엔진 결함 대거 리콜
“결함 없다” 우기던 현대차, 세타2엔진 결함 대거 리콜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4.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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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1348대 리콜… 최근 5년 간 리콜 사례 중 세 번째 큰 규모
국토부 조사 착수 후 강제 리콜 예상되자 ‘자발적 리콜’로 선수쳐
▲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사진=조재형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차)가 “결함이 없다”며 끝까지 우기던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하기로 했다.

세타2 엔진은 미국에선 이미 2015년 리콜된 엔진이다. 현대차는 당시 국내 차량의 경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조사에 착수하고 강제 리콜이 예상되자 부랴부랴 리콜에 나서 ‘늑장리콜’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조사 발표 바로 전 ‘자발적 리콜’이란 꼼수로 이미지 포장에 나섰다는 비판도 있다.

◇ 세타2엔진 결함… 그랜저·쏘나타 등 17만1348대 ‘리콜’

국토교통부는 그랜저(HG), 쏘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현대차의 5개 차종 17만1348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으로 그랜저 11만2670대, 쏘나타 6092대, K7 3만4153대, K5 1만3032대, 스포티지 5401대다.

이는 최근 5년간 단일 사안으로 리콜된 사례 중 현대차 아반떼 등 19개 차종(82만5000대·2013년), 르노삼성 SM5·SM3(39만2000대·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교체할 엔진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오는 5월 22일부터 리콜을 실시할 예정이다.

▲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현대차가 국토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에 따르면 엔진에는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시키기 위해 커넥팅 로드라는 봉과 크랭크 샤프트라는 또 다른 봉이 베어링을 통해 연결돼 있는데, 베어링과 크랭크 샤프트의 원활한 마찰을 위해 크랭크 샤프트에 오일 공급 홀(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크랭크 샤프트에 오일 공급홀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했고 이 금속 이물질로 크랭크샤프트와 베어링의 마찰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소착현상이 발생해 주행 중 시동꺼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착현상은 마찰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접촉되는 면이 용접한 것과 같이 되는 것을 말한다.

▲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 미국에선 ‘번개리콜’ 국내에선 ‘늑장리콜’

앞서 현대차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2011∼2012년식 쏘나타(YF) 약 47만대를 리콜했다. 2013∼2014년식은 보증 수리 기간을 연장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소비자들이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공정 청정도 관리 문제로 발생한 사안이라 국내 차량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세타2엔진을 장착한 현대차의 일부 모델에서 소착현상으로 주행 중 시동이 꺼진다는 문제제기와 신고가 이어지자 국토부는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제작결함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리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자동차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 오는 20일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제서야 현대차는 지난 6일 국토부에 리콜계획서를 냈다. ‘자발적 리콜’로 보이지만 사실상 국토부의 강제 리콜이 예상되자 현대차가 미리 선수를 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국내 리콜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버티다가 국토부가 나서서 결함을 확인하자 리콜에 나선 것으로 ‘늑장 리콜’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에서 결함이 발생해 제품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미, 중국 시장에서 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현대차 북미서도 130만대 리콜 협의

현대차가 북미에서도 130만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세타2 엔진 결함과 관련해 130여만대를 리콜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 차종은 쏘나타(YFa), 싼타페(AN), K5(QF), 쏘렌토(XMa),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불거진 세타2 엔진 결함은 크랭크 샤프트 핀이라는 엔진 부품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은 게 원인이다. 이로 인해 엔진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리콜도 세타2 엔진과 관련됐지만 미국과 사유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내 리콜건은 크랭크 샤프트의 오일 공급 구멍을 가공하는 공정에서 이물질이 발생한 청정도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리콜 시기는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