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이기고도 못 웃는 문재인
경선 이기고도 못 웃는 문재인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4.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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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 효과 폭발한 安
안희정 지지층 빼앗기는 文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수도권 강원 제주 선출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내 경선 승리에도 웃을 수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급등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26일 당내 호남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래,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 주 만에 2배 가까이 폭등하고 있다.

특히 문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문제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일부 언론이 의도적인 안철수 띄우기를 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문 후보측 입장에서는 일부 여론조사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상 양자대결을 임의로 설정해 '반문 여론'을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은 일정 정도 타당하다.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안 후보로 단일화 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안 후보 본인도 이들과 단일화는 없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그럼에도 문 후보의 신경을 건드리는 조사결과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3일 발표된 내일신문의 의뢰로 디오피니언이 실시한 조사 결과(2일 전국 1000명 대상, 응답률 13.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중선위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안 후보가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43.6%로 36.4%에 그친 문 후보를 7.2%p나 앞섰다.

'탄핵 정국' 이후 여론조사 중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꺾는다는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후보 입장에서 이번 조사결과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은 다자대결에서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3자 대결에서 문 후보는 36.6%로 1위를 차지했지만, 안 후보가 32.7%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0.7%에 그쳤다.

5자 대결에서도 문 후보는 33.7%로 1위를 지켰지만, 안 후보도 27.3%로 만만찮은 추격세를 보였다. 뒤이어 홍준표 8.3%, 유승민 3.2%, 심상정 3.0% 순이었다.

안 후보의 급등세는 당내 경선 압승이라는 컨벤션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나, 문제는 문 후보는 왜 컨벤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느냐다.

또 안 후보의 급등세를 이끄는 주요 요인인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의 대거 이동도 문 후보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안희정 캠프 핵심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 "지난 4년간 준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에서도 (문 후보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이건 뭔가 확장성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문재인 캠프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확장성은 우리당 후보로 확정되면 확장될 걸로 본다"며 "이재명, 안희정 후보는 물론이고 또 우리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낙관했다.

송 본부장은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는 보수언론이 부추기고 보호하고 홍보한 효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본다"며 "그에 비해서 문재인 후보는 적대적 언론의 융단폭격을 받으면서도 국민들의 힘에 의해서 만들어져온 지지도이기 때문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후보의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자 폭탄이나 18원 후원금 등은 함께 해야 할 동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정권교체에 이견이 없는 많은 동지의 마음이 다치고 또 닫혔다"며 "이제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따뜻한 연대의 정을 나누자"고 당부했다.

안희정 지지층이 안철수 후보로 몰려가는 현재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