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청렴 정부 위한 ‘준조세 김영란법’ 도입해야
[데스크 칼럼] 청렴 정부 위한 ‘준조세 김영란법’ 도입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17.03.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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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산업부장 겸 부국장
 

권력 사유화를 통해 국가시스템을 무력화시킨 최순실 게이트는 정부 예산과 정책 집행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사적 관계에 좌우된다면 자원배분의 왜곡을 낳고 경제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귀중한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 그동안 국민 무의식속에 내재돼 있던 반(反)기업정서에 불을 붙인 도화선이 되지 않을 까 우려스럽다. 얼마 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여의도 정객들이 큰 형이나 삼촌뻘 되는 대기업 총수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책상을 치며 호통치고 비하하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하지 않았는가.

수 백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두고 글로벌 무대를 상대로 촌음을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들 대기업 총수에게 한국 정치권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반기업 정서로 무장한 이들 정객은 ‘나홀로 갈라파고스(고립지)’ 프레임에 매몰돼 터널 비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함정에 빠져 있다.

국내 대기업을 최순실 사태의 올가미에 빠뜨리게 만든 것은 준조세다. 준조세는 엄밀하게 말하면 법에도 없는 세금이다. 기업이 부담하는 각종 기부금과 성금이 준조세 성격을 띄다보니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에만 걷힌 준조세가 18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처럼 기업과 정부 간 관계가 ‘죄수의 딜레마’로 고착된 나라도 많지 않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각종 인허가,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서슬 퍼런 칼자루를 휘두르는 데 이에 맞서 싸울 기업이 있을까.

우리나라 기업인들에게 배임죄 못지 않게 두려운 죄목이 ‘괘씸죄’다. 이를 알기 위해 유신시절까지 돌아갈 필요도 없다.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은 당시 정권에 돈을 적게 냈다가 괘씸죄로 1985년 그룹이 공중분해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경제는 약 30년 사이 10배 이상 급성장하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각종 명목으로 은근슬쩍 손을 내미는 ‘수금(收金)통치’의 후진적 관행은 달라진 게 없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뢰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말했다. 신뢰가 노동이나 자본처럼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또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일궈내고 국민 삶의 질을 꾸준히 높이는 국가는 ‘신뢰’라는 자본이 풍부한 국가라고 역설했다.

공적 시스템과 정책 및 법 집행 신뢰도에 토대를 둔 사회적 자본이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부패를 척결하고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기회에 ‘준조세 김영란법’을 도입해 이러한 취지를 실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김민구 산업부장 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