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항마 안철수 부상 의미
[사설] 문재인 대항마 안철수 부상 의미
  • 신아일보
  • 승인 2017.03.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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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한 국민의 당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의 당의 호남 지역 경선이 안철수 전 대표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 당 예상치를 뛰어넘는 높은 투표 참여율을 기록하면서 국민의 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이다.

안 전 대표의 압승은 여론조사 상에서는 사전 예측됐지만 국민의 당 내부에서는 유동성이 큰 부분이었다. 안 전 대표의 조직이 약한데다 호남 의원들 상당수는 손학규 전 대표를 측면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호남 지역은 안 전 대표를 전폭 지원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25일 광주전남제주지역에서 전체 6만2000표 중 3만5000표(60.13%)를 득표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26일 전북지역에서도 전체 3만382표 중 2만1996표를 얻으며 72.63%의 더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이는 안 전 대표에 대한 개인적 지지를 넘어 ‘문재인 대항마’로서 국민의 당에 거는 기대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당 경선이 안철수냐, 손학규냐, 박주선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문재인을 누가 대항할 것이냐는 전략적 판단이 작동한 것이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개시된 국민의당과 27일 시작한 민주당 경선 레이스는 대선 길목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지율 1위를 고수해 온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에 대해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서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안철수 전 대표 지지를 통해 어느 정도 표출한 것이다.

그동안 비문 진영에서 강력한 후보의 부상으로 문재인 전 대표 대세론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이 시점에서 국민의 당이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흥행에 히트한 점은 이번 대선이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속단할 수 없는 박빙 구도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권 보장과 대선의 정통성 유지를 위해 다행스러운 결과다.

국민의 당과 민주당 경선은 정당 사상 처음 도입한 완전국민경선제의 시험대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민주당 경선은 214만 명 넘는 유권자가 참여를 신청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현장투표 결과 현장투표 결과가 유출됨으로써 선거 공정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상태다.

당내 진상조사위원회가 이에 대해 “고의성의 없다”며 사태를 마무리 지었으나 반발은 여전하다.

주민등록증 소지자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국민의 당은 무난히 첫 경선을 치렀지만 운영 미비로 사고의 가능성이 산재해 있다.

보수진영인 자유한국 당과 바른정당도 이번주 후보를 최종 선출하고 본선 채비에 들어갈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호남 경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린 사실은 여러 의미가 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이다. 선거일까지 40여 일밖에 남지 않아 유권자들의 집중적인 관심과 판단이 절실하다.

정당들 역시 어느 때보다 치열한 토론과 공정한 관리 체제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심’을 장악한 기득권 후보가 민심을 거슬러 경선에 이기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각 당의 후보 선출작업이 끝나더라도 서로 다른 당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절차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도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면 이번 대선이 자칫 자신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 각 당은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제시하는 선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