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작년 평균 근로시간 43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작년 평균 근로시간 43시간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3.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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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530만명은 주 54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
정치권, 근로시간 단축 추진…"고용 질 보장해야"

▲ (사진=신아일보DB)
국내 취업자 5명 중 1명은 1주일에 평균 5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530만 명 정도의 취업자가 '저녁이 있는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가운데 법정 근로 시간인 주 40시간을 넘게 일하는 사람은 45.5%에 달했다.

일주일에 45~53시간 일하는 사람은 전체 25.3%에 해당하는 663만4000명이었다. 전체 취업자 네 명 중 한 명 꼴이다.

54시간 이상 일한 이들도 530만7000명으로 20.2%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1990년대까지 50시간을 넘다가 2002년(49.8시간) 처음으로 40시간대로 떨어졌다.

이후 2004년 48.7시간, 2008년 46시간, 2012년 44.6시간 등으로 전반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42.7시간이었다. 2월에도 42.8시간 등으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52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취업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200시간이 넘는 셈이어서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매달 15일이 속해있는 주의 실제 취업시간을 토대로 계산한다. 공휴일 등의 변수가 제외돼 실제 취업시간은 이보다 적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 (자료=통계청)
업종별로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평균 46.8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2007년 48.2시간이었던 제조업의 경우 10년 동안 3시간 넘게 줄었지만 여전히 45.0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공무원 등이 포함된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는 40시간으로 비교적 근로시간이 짧았다.

해가 진 뒤에는 작업이 어려운 탓에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짧은 농업·임업·어업은 주당 평균취업시간이 36.3시간이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사람들은 언제 노동시장에서 퇴출될지 모르기 때문에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많이 한다"며 "주 5일제가 2013년 전면 적용되면서 지나친 장시간 근로는 줄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주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현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고용이 늘어나 실업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선진국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도 어느 정도 개선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간제·계약직의 처우 개선 등 고용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간이 긴 것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잔업 시간을 늘려서 일한다는 뜻"이라며 "노동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고 고용창출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