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놓고 ‘고민 중’
국민연금,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놓고 ‘고민 중’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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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했다가 대우조선 회생 못하면 배임될 수도”

▲ 국민연금공단 (자료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출자전환의 적정성, 경영개선계획의 합리성, 기업가치 보전 방안, 법률적 위험 등을 종합 검토해 국민 노후자금의 선한 관리자로서 기금의 장기적 이익 제고에 기여할 수 있게 규정에 따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찬성과 반대 가운데 어떤 선택도 하기 힘든 처지다.

찬성하면 다시 특정 대기업 살리기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끝내 무너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찬성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서 국민연금공단에 1000억원대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반대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채무 재조정에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합친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P-플랜에 들어갈 경우 대우조선의 수주 취소나 선수금 반환 요구 등으로 이어져 기업가치가 뚝 떨어지고 사실상 대우조선의 청산으로 갈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국민연금은 투자 원금까지 날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기권하거나 사채권자집회에 불참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국민연금이 기권하거나 불참해도 결국 P-플랜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좋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회사채 투자 피해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과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 등을 대상으로 분식회계로 발생한 주식 투자 손해를 배상하라는 48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23일 선(先) 채무조정, 후(後) 추가 유동성 지원의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을 먼저 추진하는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을 보면 1조35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회사채와 2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의 50% 출자전환과 나머지 50%의 만기 연장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의 30%에 가까운 3900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수용되기 위해서는 출석 의결권의 총 발행채권액 3분의 1 이상을 가진 채권자들이 모이고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또 발행 채권 총액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란 요건도 맞춰야 한다. 정리하면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회생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기금들의 경우 국민연금의 선택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사채권자집회는 다음 달 17∼18일 대우조선 서울사무소 17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사채권자집회는 5회 열리며 이중 한번만 부결돼도 P-플랜으로 가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대우조선 회사채 5개 종목을 투자유의채권종목으로 지정했으며 24일 매매거래를 중지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로 하향조정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