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대우조선 정상화 실패시 선수금 7조원 갚아야
수출입銀, 대우조선 정상화 실패시 선수금 7조원 갚아야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3.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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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자본 손실로 BIS 자기자본비율 3%대로 급락 가능
▲ (사진=신아일보DB)

대우조선해양이 무너질 경우 한국수출입은행이 부담해야 할 선수금이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23일 발표한 대우조선 추가 지원 방안이 사실상 '수출입은행 살리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은의 대우조선 신용공여 금액은 총 10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조6000억원인 수은 자기자본금에 육박하는 규모다.

7조원 가량 되는 선수금 환급보증(RG)이 가장 크고, 각종 대출채권과 기타 보증채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전체 신용공여 규모의 60%가 넘어가는 RG가 특히 문제다.

조선사는 해외 선사나 석유 메이저 등에서 선박·해양 플랜트를 수주하면서 발주사에 선수금을 받는다.

대신 발주사는 나중에 조선사에 문제가 생겨 발주가 취소되면 미리 줬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수주사에 은행 보증을 요구한다.

수은은 그동안 대우조선을 비롯해 많은 국내 조선사들이 원활하게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RG 보증을 대규모로 해왔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이 오는 4월부터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발주사는 선박 주문을 취소하고, 수은은 최대 7조원을 꼼짝없이 발주사에 갚아줘야 한다.

이 경우 대규모 자본 손실로 이어져 10%대인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3%대로 급락하게 된다.

수은의 수출 금융 기능도 완전히 마비돼 피해는 전 산업으로 확산된다.

그러나 일단 대우조선을 살려 놓으면, 시간이 갈수록 RG 문제는 해결된다. 대우조선이 선박을 다 만들고 발주처에 인도하면 수은의 RG도 자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 중 70% 이상이 내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라며 "선박 인도가 계속될수록 RG도 꾸준히 감소해 수은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우조선 추가지원을 결정하면서 수은도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해졌다.

수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해 지난해 상반기에는 BIS 비율이 9.68%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조원 규모의 현금 출자를 하는 등 자본을 확충했고, 수은도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해 BIS 비율을 다시 10%대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정상화 방안에 따라 채무조정을 추진하면 수은은 4000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게 되면서, BIS 비율은 0.3%포인트 떨어지게 됐다.

정부는 일단 수은의 자본확충 필요분은 정부와 산은이 출자를 통해 우선 해결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확충펀드는 지난해 7월 정부와 한국은행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주기 위해 마련한 펀드다.

총 11조원 규모이며,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코코펀드를 매입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자본확충 펀드는 국책은행 건전성이 대폭 하락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때를 대비한 비상 계획(컨틴전시 플랜)인 만큼,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채권자들의 자율적인 채무조정에 합의가 안 되면 프리패키지드 플랜으로 이어지고, 대규모 발주 취소가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수은의 BIS 비율도 큰 폭으로 내려가 자본확충펀드도 동원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