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전 대통령 국민에게 사죄했어야
[사설] 박 전 대통령 국민에게 사죄했어야
  • 신아일보
  • 승인 2017.03.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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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9시23분경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으로 파면된 지 11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의 소환조사는 노태우·전두환·노무현에 이어 4번째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지켜보는 국민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

박 전 대통령의 이날 검찰 출두 장면은 세계 곳곳에 그대로 전파를 탔다. 4여 년 전 우리는 짧은 현대사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으로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가졌었다.

그런 우리가 또다시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 모습은 지켜봐야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개인적으로 불명예이자 국가로서도 오욕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8년전에 검찰 포토라인에 설 때 우리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지난해 시작된 촛불 집회에서 이미 예고됐다.

지난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발언에서 지리 한 법정 공방은 예견됐다. 그래서 이날 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서 어떤 말을 할지가 관심사였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하고는 곧장 검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포토라인에 섰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죄송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면목이 없다”고만 했다. 감동 없는 요식적 언사였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결정을 받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보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끝끝내 형식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국가를 혼돈과 갈등에 빠뜨린 것에 대해 당사자로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표명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이다.

이번 소환조사도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차 검찰과 특별 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약속을 뒤집고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 비밀 누설 등 13가지다. 검찰은 범죄 피의자로서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낱낱이 밝혀 진실에 대한 더 이상의 공방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완전히 엮였다”면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해왔다.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투쟁을 벌이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법적 권리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을 밝혀야 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이번 검찰 조사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진솔 되게 응해야 했다.

그것이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이제 관건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일 것이다. 검찰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 사회의 법치를 보여 줘야 한다. 신병 처리 역시 법과 원칙에 따르는 게 정도일 것이다.

정치권도 조기 대선의 이슈로 박 전 대통령 사법 처리 문제를 이용하지 말고, 조용히 지켜본 뒤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막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