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일가 5명 나란히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 출석
롯데 총수일가 5명 나란히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 출석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3.20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주·서미경, 취재진 물음에 묵묵부답
신동빈 "심려끼쳐 죄송…성실히 임할 것"
신격호, 건강 탓으로 출석 30분 만에 퇴정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 사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가운데 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20일 나란히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정식 재판엔 피고인 출석이 의무다. 이에 신 총괄회장을 비롯한 삼부자는 이날 모두 법정에 나왔다.

이 사건과 별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먼저 이날 오후 1시32분께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57)가 롯데 일가 중 가장 먼저 출석했다. 서씨는 '검찰조사에 왜 매번 불출석했느냐' '재판부의 구속하겠다는 말이 영향을 미쳤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곧 이어 신 회장이 오후 1시47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재판정으로 향했다.

신 전 부회장도 1시 50분께 출석했다. 그는 서씨와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 20분가량 지난 시각에 서초동 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미리 준비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 그는 혐의 인정 여부 등을 확인하는 취재진 물음에 신음에 가까운 소리만 낸 채 아무 말 없이 법정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고령에다 몸이 불편해 재판 시작 30분만에 다시 귀가했다.

신 총괄회장과 대화를 나눈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진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라며 그의 말을 대신 전달했다.

신 총괄회장은 변호사에게 "책임자가 누구냐. 나를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재판장은 이에 "나중에 설명해달라. 그 정도 말씀이면 퇴정해도 될 듯하다"며 퇴정을 허락했다.

이 밖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인 정책본부 소속 황각규 경영혁신실장(62·사장)과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지낸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66),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67·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57) 등이 피고인석에 섰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8억원의 '공짜 급여'를 주게 하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원의 손해를,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471억원의 손해를 각각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은 공짜 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를 받는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 전 부회장은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혐의를, 신 이사장과 서 씨 등은 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를 받는다.

신 총괄회장 등의 재판은 준비절차만 5차례에 걸쳐 열렸다. 기소 이후 꽤 시간이 흘렀고 수사 단계부터 롯데 측의 반발이 거셌던 터라 범죄 성립 여부와 배임·횡령 액수 등을 놓고 검찰과 롯데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