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심려끼쳐 죄송…성실히 임할 것"
신격호, 건강 탓으로 출석 30분 만에 퇴정
경영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20일 나란히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정식 재판엔 피고인 출석이 의무다. 이에 신 총괄회장을 비롯한 삼부자는 이날 모두 법정에 나왔다.
이 사건과 별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곧 이어 신 회장이 오후 1시47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재판정으로 향했다.
신 전 부회장도 1시 50분께 출석했다. 그는 서씨와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 20분가량 지난 시각에 서초동 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미리 준비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 그는 혐의 인정 여부 등을 확인하는 취재진 물음에 신음에 가까운 소리만 낸 채 아무 말 없이 법정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고령에다 몸이 불편해 재판 시작 30분만에 다시 귀가했다.
신 총괄회장과 대화를 나눈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진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라며 그의 말을 대신 전달했다.
신 총괄회장은 변호사에게 "책임자가 누구냐. 나를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재판장은 이에 "나중에 설명해달라. 그 정도 말씀이면 퇴정해도 될 듯하다"며 퇴정을 허락했다.
이 밖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인 정책본부 소속 황각규 경영혁신실장(62·사장)과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지낸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66),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67·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57) 등이 피고인석에 섰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8억원의 '공짜 급여'를 주게 하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원의 손해를,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471억원의 손해를 각각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은 공짜 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를 받는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 전 부회장은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혐의를, 신 이사장과 서 씨 등은 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를 받는다.
신 총괄회장 등의 재판은 준비절차만 5차례에 걸쳐 열렸다. 기소 이후 꽤 시간이 흘렀고 수사 단계부터 롯데 측의 반발이 거셌던 터라 범죄 성립 여부와 배임·횡령 액수 등을 놓고 검찰과 롯데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