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임대시장 패러다임 변화... 청년 주거선택 용이성 높여야
[기고칼럼] 임대시장 패러다임 변화... 청년 주거선택 용이성 높여야
  • 신아일보
  • 승인 2017.03.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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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정책실장
 

저출산 및 고령화가 우리나라의 경제 역동성을 저하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이에 대응하기위한 정부의 정책방안이 여러 방면에서 논의되고 있다.그런데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면 최근 점점 더 늦춰지는 청년의 결혼시기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 조사(2015년)에 따르면, 청년의 결혼시기가 늦춰지는 주요 원인으로는 준비되지 못한 경제적 여건을 대부분의 응답자가 지목했다. 특히, 남성의 69%와 여성의 49%가 결혼 자금 및 결혼생활을 위한 주거비용 마련이 결혼의 주요 장애요인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이들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은 어느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30세 미만 가구주의 주요 주거점유형태는 월세이다.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 10명 중 7명은 월세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월세는 전세에 비해 주거서비스가 열악하면서도 주거비부담도 높다.

예를 들어, 청년 연령층(30세 미만)의 월세의 주거비부담(월세주거비가 총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5%인 반면에 전세의 주거비부담(전세주거비가 총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9%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통상적으로 청년들이 결혼을 위해 주거를 마련한다는 의미는 전세를 구한다는 말과 사뭇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전세를 구하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의 목돈 마련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목돈은 부모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 때로는 부모 및 친인척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보증금이라는 목돈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월세의 주거비부담은 청년들에게 분명 결혼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임대시장은 전세보다는 월세 거래가 더 활발해지면서 월세의 점유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월세가 전체 임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전세의 45%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월세비중의 확대가 임대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 하에서 월세비중의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 임대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통한 낮은 이자수익보다는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 수익을 선호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전세였으나 최근엔 월세로 전환되는 현상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임대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우리나라의 임대정책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전세 주거비부담이 월세주거비 부담보다 이미 낮은 상황에서 전세위주의 임대정책은 오히려 패러다임 변화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전세와 월세의 정책 형평성 차원에서도 오히려 월세의 주거비 부담 완화 대응방안이 적극적으로 더 모색되어야할 것이다.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바람직한 임대정책의 방향은 무엇일까? 당장의 전세보증금 목돈 마련 부담이 없이 소득수준에 맞는 주거선택이 용이해진다면 바람직한 향후의 임대정책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는 청년들의 월세 주거비 부담을 낮추면서 동시에 월세의 주거서비스 질을 높이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월세 주거의 질이 전세와 유사한 정도의 수준으로 높아지고 월세의 주거비 부담이 지금보다 더 완화되는 임대정책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과 함께 실제로 소득수준에 맞는 다양한 월세가 제공된다면 청년들의 주거선택 용이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월세시장의 공급이 다양하고 청년들의 주거선택이 용이하게 되려면 월세시장의 투명성도 함께 확보되어야할 것이다.

새로운 임대시장의 모습을 정립하는 것은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고려되어야할 많은 요소들이 산재돼 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학계 그리고 기업과 국민 모두가 새로운 임대시장 정립을 위해 지혜를 함께 모아야할 때인 것 같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