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집사라" 정책 부작용…하우스푸어 내몰린 20~30대
"빚내 집사라" 정책 부작용…하우스푸어 내몰린 20~30대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3.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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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대출에 소득 취약한 젊은세대가 청약 '큰 손'
전문가 "주택시장 건전성 위해 소득심사 강화해야"

▲ 최근 분양을 실시한 한 건설사 견본주택이 예비 청약자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신아일보DB)
소득기반이 취약한 20~30대 젊은층들이 은행빚을 등에 엎고 청약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심사 기준이 완화되면서 충분한 소득 없이도 대출을 통한 주택장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이고, 입주물량 급증으로 인한 집값 하락설까지 나오고 있어 젊은층들이 대거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에 기반한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통해 청약시장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20~30대 젊은층 계약자 비중이 절반 이상을 뛰어 넘는 분양단지들이 늘고 있다.

대림산업이 지난 1월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염창'의 경우 일반분양 274가구 중 20~30대 계약자가 167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금호건설이 경기도 화성시에 분양한 '동탄2신도시 금호어울림 2차'의 경우도 계약자의 66%가 20~30대였다.

▲ 부채 보유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20~30대 기혼이면서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경우 △40대 기혼이면서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경우 △50대 기혼이면서 중고등·대학생 자녀를 둔 경우 △60대 기혼 전체에 대한 통계임).(자료=신한은행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문제는 젊은층들이 집 장만이 가능할 정도의 충분한 소득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세에서 64세까지 취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월평균 소득은 284만원으로 서울에서 평균 가격이 6억1038만원인 32평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데 대출 없이 17.9년이나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이 449만원인 30대는 11.3년 동안의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한다.

그럼에도 젊은 청약자들은 은행빚에 의존한 집사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 해당 보고서는 30대의 52.8%가 부동산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젊은층 사이에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 소득의 40%를 초과하는 이른 바 '가계부채 한계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대 한계가구 비중은 전년 14.2% 대비 3.8%포인트 오른 18.0%를 기록했다.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 연령별 한계가구 비중 변화.(자료=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통계청)

전문가들은 건전한 청약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젊은층에서 급증하고 있는 대출에 의존한 내 집 마련을 지양하고, 소득에 기반한 청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입주물량 급증으로 인한 집값 하락이 현실화 될 경우 한 순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청약자리스트를 보면 21세에서 24세 사이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며 "건전한 청약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이 이뤄지고 그것에 근거해서 청약이 이뤄지는 제도, 즉 DTI에 대한 심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