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45% 같은날 주총…소액주주 '권리 제한' 지적
상장사 45% 같은날 주총…소액주주 '권리 제한' 지적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3.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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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제 도입도 지지부진…상장사 3분의 1만 이용

오는 24일 상장사 2052곳 중 절반 가량이 동시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액주주의 참여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7일까지 주주총회 일정을 공시한 12월 결산 상장사 2052곳 중 45%에 달하는 924곳이 오는 24일 주총을 열기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지주회사 전환 등의 이슈가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호텔신라·삼성SDI 등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SK텔레콤·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 GS그룹, 한진그룹 등의 상장사 주총이 한꺼번에 열린다.

계열사 여러 곳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에 동시에 참여할 수 없어 의사 표현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달 중에는 24일을 포함해 금요일(3·10·17·24·31일) 주총을 여는 상장사가 1317곳으로 64.2%를 차지했다.

이런 주총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탁원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2월 결산 상장사의 주총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월 21∼31일 사이에 열린 정기주총이 7041차례로 전체(8874차례)의 80%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도 3월 마지막 금요일에 주총을 연 상장사 비율이 41.4%였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의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액주주 참여가 늘어나면 예측 불가능한 잡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봐서 많은 주총이 열리는 날을 선호할 수 있다"며 "이는 소액주주 권리를 제한하므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의 권리 행사 방법으로 제시된 전자투표제 도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자투표제를 채택하면 소액주주들은 주총 장소를 직접 찾지 않아도 인터넷투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달 16일까지 주총에서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를 이용하겠다고 밝힌 상장사는 전자투표 655곳, 전자위임장 644곳으로 상장사 2000여 곳의 3분의 1가량에 그친다.

전자투표나 전자위임장을 도입을 결정한 기업들의 상당수는 이른바 '섀도보팅제' 때문에 이 제도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섀도보팅은 예탁기관인 예탁원이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참석주주의 찬반투표 비율대로 행사해주는 제도로 섀도보팅이 이뤄지면 소액주주가 참여하지 않아도 주총의 성립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섀도보팅을 폐지하려고 했지만 기업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3년간 유예하면서 유예조건으로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 도입을 내걸었다.

안 연구위원은 "주총은 기업과 주주 간의 의사결정 과정으로 제도적으로 개최 날짜 등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전자투표제나 전자위임장 등 다양한 주주권리 행사 장치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대만처럼 주총 날짜별로 개최 가능 기업 수를 정하는 등 기술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