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금리 오름세…은행·여신사 희비 엇갈려
중장기적 금리 오름세…은행·여신사 희비 엇갈려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3.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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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예대마진 확대·주가 상승 등 '두 마리 토끼' 획득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재닛 옐런 의장.ⓒAP=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 금리가 중장기적 오름세를 나타낼 경우 금융권의 업권별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은 수익 확대와 주가 상승이 기대되지만 여신전문 금융사들은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미국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공산이 크다. 대출 금리는 오르는데 수신금리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예대마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금융채 5년물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2월 말 기준 연 3.32~4.43%에서 이달 15일 3.43~4.54%로 올랐다. 보름 만에 0.1%포인트(p)나 오른 셈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5년 고정혼합 상품 금리도 각각 0.12%포인트와 0.1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수신금리는 요지부동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51%로 0.05%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12월 말 단기 부동자금은 1010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정기예금 금리는 연 1.47%로 0.07%포인트, 정기적금 금리도 연 1.53%로 0.01%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으로 자금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굳이 수신금리를 올릴 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의 1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예대금리차)는 2.00%포인트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확대됐다.

이자 수익 증가 등에 힘입어 은행은 수익과 주가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지주사는 작년 순이익이 급증했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통합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덩달아 하나금융 주가는 1년 전보다 71% 올랐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주식도 1년 전보다 20% 이상 상승했다. 이밖에 광주은행, 우리은행 주식도 최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금리가 오르면 일반적으로 보험업계는 화색이 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마진과 자산운용수익률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통상 투자이익 증대로 이어진다.

또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6∼10%대의 고정금리로 판매했던 상품에 대한 역마진 부담도 축소될 수 있다.

특히 고정금리로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았던 생명보험회사에는 희소식이다. 보험료 적립금 중 금리확정형 비중은 생명보험업계가 43%로 손해보험업계(7%)의 6배나 된다.

하지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보험업계 성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조영헌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성 보험의 공시이율이 올라가는 속도가 은행 금리보다 느려 저축성 보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보장성 보험은 가격 하락으로 일부 수요가 늘어날 수 있으나 보험산업은 저축성 보험 상품의 비중이 커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악재다.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일부 보험사들은 2014년부터 회계상 채권용도를 만기보유에서 매도가능으로 변경했다.

만기보유채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매도가능채권은 분기별로 시장가치에 따라 평가해 평가손익이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가격이 올라 매도가능채권 비중이 클 경우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ING생명은 2014년말 기준 만기보유채권 4조6386억원을 2015년 말에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생길 수 있다. 계정을 한번 바꾸면 3년간 다시 재조정할 수 없어 꼼짝없이 평가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보험회사의 매도가능채권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전체 운용자산 815조 가운데 46.4%(378조원)에 달한다.

일부 보험회사는 3년 규정이 지나 다시 매도가능채권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한화생명은 2014년에 전액 매도가능채권으로 변경했으나 올 1월 58조원 중 30조원을 만기보유채권으로 전환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금융회사들은 비상이 켜졌다. 이들은 주로 카드채와 캐피탈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한 뒤 이 돈으로 대출을 해 수익을 낸다.

여신금융사들은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덕분에 조달비용이 크게 줄어 이득을 봤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의 조달비용은 전년 대비 1449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올해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카드채(AA+) 3년물 시장금리는 1.5%를 밑돌았지만, 지금은 2%를 웃돌고 있다. 또 캐피탈채(AA-) 3년물 시장금리도 1.7%대에서 지금은 2.3%를 웃도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이 고금리라는 지적이 많아 대출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며 "올해는 조달비용도 올라가고 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워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