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넉달만에 檢 재소환… 朴 '뇌물 의혹' 정조준
최태원 넉달만에 檢 재소환… 朴 '뇌물 의혹' 정조준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3.18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사면·경영현안 해결 대가 여부 조사
SK "대가성 없었다"…롯데·CJ 향배도 관심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을 18일 전격 소환했다.

검찰은 최 회장의 특별사면 대가로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와 SK그룹 간 '부당 거래' 의혹을 정조준하며 뇌물죄 입증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오후 2시께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1기 특수본 수사가 진행되던 작년 11월에 이어 넉 달 만에 다시 검찰청에 나온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4개월 만에 다시 왔는데 심경 한 말씀 해달라', '재단 출연 대가로 사면 청탁을 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만 띤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최 회장의 신분은 일단 '참고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조사 과정 또는 그 이후에라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K가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의 출연금이 2015년 8월 최 회장의 특별사면이나 그 이후 면세점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는 대가였을 가능성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2015년 7월과 작년 2월 두 차례 박 전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에서 이와 관련한 부정 청탁이 있었는지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1차 면담엔 김창근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2차 면담에는 특사 이후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이 각각 참석했다.

이에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SK그룹 김창근 전 의장과 김영태 전 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 등 전현직 임원도 한꺼번에 불러 밤샘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했지만, 이들은 최 회장의 특별사면과 재단 출연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1기 특수본은 작년 10∼11월 수사 때 SK 등 대기업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등이 공모해 강압적으로 출연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경영권 승계에 정부의 조직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해석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법리 구도가 달라졌다.

검찰이 특검의 시각을 받아들여 1차 수사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뇌물죄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삼성처럼 특정 사안이 아니라 특사와 각 경영현안, 두 차례 독대, 재단 출연 등을 하나로 묶어 포괄적 대가 관계를 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21일)를 불과 사흘 앞두고 서둘러 최 회장을 부른 것도 다분히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의 사실관계를 다지려는 포석으로 읽혀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SK측은 면세점 특혜와 사면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우선 특사와 관련해 "김창근 전 의장이 1차 독대 때 총수 부재 장기화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지연되는 등 경영 공백을 하소연한 것으로 안다. 그룹 2인자로서 총수 부재에 따른 고충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부정 청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면세점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면세점 사업 로비용으로 출연금을 냈다면 워커힐이 면세점 심사에서 3번 연속 떨어졌겠느냐. 또 2차 독대에서 면세점 관련 청탁이 있었다면 그 후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삼성, SK와 마찬가지로 롯데와 CJ 쪽 출연금에 대해서도 뇌물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다만, 본격적인 수사 여부와 시점, 수위 등은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