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주식투자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인공지능의 주식투자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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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일부도 AI 모의투자 결과와 유사한 특성 보여

▲ 알파고와 바둑을 두고 있는 이세돌.(사진=구글코리아)

인공지능(AI)에 수십년치 데이터를 토대로 모의투자를 시켰더니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 나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 투자자들이 감정에 휘말리기 쉬운 위기 때 AI의 모의투자 수익률이 상당히 높았다.

17일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 프리드리히-알렉산더 대학(FAU)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이 대학 경영·경제학부 연구자들의 논문이 올해 6월 '유럽 운영연구 저널'(European Journal of Operational Research) 게재를 앞두고 온라인에 소개됐다.

연구진은 심층신경망, 그래디언트 부스티드 트리, 랜덤 포리스트라고 불리는 세 부류의 AI 학습 알고리즘을 묶어 AI에게 주가 변화 패턴을 공부시켰다.

AI 학습 데이터로는 1992년 12월∼2015년 10월의 거래일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종목 주가와 그 직전 거래일의 투자 관련 데이터가 활용됐다.

연구진은 이렇게 AI 투자 프로그램에게 학습을 시키고 모의 차익거래 투자를 하게 했다. 매일 S&P 500 종목 가운데 10종씩을 각각 매수·매도(long·short) 포지션으로 설정해 투자하게 했다.

그 결과 AI 모의투자의 평균 일간 수익률은 거래 비용 감안 전 0.45%, 감안 후 0.25%로 나왔다. 매우 잦은 거래를 함에 따라 거래 비용으로 차익 중 절반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매우 높았다.

이는 연평균 환산하면 거래 비용 감안 전 99%, 감안 후 73%에 이르는 엄청난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의 거래 비용 감안 전·후 시장 수익률(각각 17%·9%)을 대폭 상회했다.

연구자들은 연구 대상 기간을 크게 4기로 분할해서 분석한 결과도 이야기했다.

이들은 실제 투자자들이 기계학습 기반 투자기법을 사용하기 이전 시기(1992년 12월∼2001년 3월), 기계학습에 의한 투자기법이 확산된 시기(2001년 4월∼2008년 8월), 세계 금융위기 시기(2008년 9월∼2009년 12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근 시기(2010년 1월∼2015년 10월)에 대해 AI 모의투자 성과를 각각 조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AI 모의투자는 거래비용 감안 후 연평균 400%가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감정이 시장을 좌우하는 변동성 장세에서 AI의 모의투자 성과가 특히 좋았다.

닷컴버블 붕괴 직전(1999년), 닷컴버블 붕괴(2000년), 세계 금융위기 전후(2008년) 등 위기 상황 전후 AI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334%, 545%, 681%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다음달(2008년 10월)과 그리스 경제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시기(2011년 10월)에 AI 모의투자 월평균 수익률은 각각 100%, 35% 이상이었다.

실제 투자자들이 기계학습 기반 투자기법을 사용하기 이전 시기에도 AI 모의투자는 연평균 20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그러나 기계학습에 의한 투자기법이 널리 퍼진 시기에 AI 모의투자 연평균 수익률은 22%였다.

또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근에는 AI 모의투자의 거래비용 감안 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했다. 다만 거래비용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수익률이 플러스였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투자자들이 기계학습 기반 투자기법을 널리 사용함에 따라 연구에 사용한 AI의 강점이 희석돼 이런 현상이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AI 모의투자 결과가 실제 투자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오래전부터 정량적 투자기법을 사용해 왔다고 알려진 실제 헤지펀드 일부도 이와 비슷한 특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시장 수익률에 비해 높은 성과를 냈으며 위기 때 성과가 좋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헤지펀드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투자법을 쓰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