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예고 홈런'은 실현될까?
안철수의 '예고 홈런'은 실현될까?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3.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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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주문 외듯 "안철수 대 문재인 구도될 것"
안철수의 마이웨이…3자 대결도 불사하나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및 재도전기업들과 대선주자 정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에 연신 웃고 있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1대 1 구도가 될 것'이라는 자신의 예언이 점점 더 현실화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소폭 올랐다는 지적에, "제가 말씀드린 대로다.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양강구도 대결이 될 것"이라며 "거기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탄핵 직후부터 '문재인 대 안철수' 1대 1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주문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범여권에서는 "황교안, 유승민, 홍준표도 있는데 어떻게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되겠냐"며 안 전 대표의 주장을 '허세'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보수진영 1등 주자인 황 대행이 대권포기 선언을 하면서, 안 전 대표의 '예고 홈런'이 정말 실현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의 논리는 간단하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범보수진영 후보들이 지금은 낮은 지지율에도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결국 대선 막판으로 가면 현실적으로 문재인을 꺾을 수 있는 자신에게 보수층의 표가 쏠림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김종인 전 대표가 시도하고 있는 '제3지대 연대론'도 불필요하게 된다. 일종의 힘에 의한 '반문재인 단일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안 전 대표의 희망사항에  가깝다는 반론도 적잖다.

황 대행의 지지층 표를 상당부분 흡수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안 전 대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리얼미터가 MBN의뢰로 황 대행의 불출마 입장 발표 직후인 15일 하루동안 전국 유권자 101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중앙선관위 참조), 홍 지사는 전주 대비 3.6%p 상승한 7.1%로 전체 5위를 차지하며 안 전 대표(12.0%)를 추격했다.

홍 지사가 7%대 지지율을 회복한 것은 2여년만의 일이다.

홍 지사의 상승은 황 대행 지지표의 32.4%를 흡수한 결과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역시 황 대행 지지층의 11.6%를 가져오면서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8.0%), 유승민 의원(3.7%)보다 높은 흡수율을 기록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사자 없는 숲에 여우가 왕 노릇을 하듯, 지금 당장은 홍준표 상승세가 반짝하겠지만 결국 한국당은 국정농단의 연대책임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대선 막판으로 갈수록 표의 확장성의 한계가 뚜렷해 질 것"이라며 "문재인을 막아야 한다는 합리적 보수층이 막판에 안철수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전 대표측은 이같은 안 전 대표의 스탠스가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김종인 전 대표의 '반문 연대' 동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반문연대가 내세우는 개헌이나 연정론에 대해 안 전 대표가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 또 김종인 전 대표가 반문연대의 선봉에 서 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가 쉽사리 연대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안철수 입장에서는 어차피 자신이 문재인 대항마가 될 건데, 김종인이 중간에 끼어들어 대선후보 자리를 가로채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때문에 안철수는 1대 1이 안되면 3자구도도 불사할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 쪽에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광주 북구을이 지역구인 최경환 의원을 캠프 총괄본부장격으로 영입했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