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금리 동결' 언제까지?… 갈림길에 선 한국은행
[美금리인상] '금리 동결' 언제까지?… 갈림길에 선 한국은행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3.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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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위기대비' 신호 주고 적극적 대응책 강구해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16일 미국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은행도 갈림길에 섰다.

금리 동결만을 고수하기엔 대내외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이 무조건 ‘완화기조’나 ‘동결’의 정책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게 ‘위기대비’ 신호를 주고 적극적 대응책 강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작년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1.25% 수준에서 멈춰 서있다.

한은이 8개월가량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엔 내리기도 어렵고 올리기도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우선 국내경기의 극심한 부진과 불황을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내려 국내경기를 부양하는 게 맞다. 실제로 한은이 2014년 8월부터 5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이렇게 내린 영향으로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가 역으로 기준금리를 더는 내리기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가계부채가 1344조원에 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은이 금리 변동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미국은 경기호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 정책금리 차이는 0.25∼0.50%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날 올해 안에 0.25%포인트씩 2차례 금리를 추가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져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내외금리가 역전된다면 국내 증시 등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빠져나갈 위험이 있는데, 이 같은 대외요인은 국내 정책당국이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한은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온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게 금융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은은 현재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지면 올 하반기나 연말쯤이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자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져 최악의 경우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한은이 무조건 ‘완화기조’와 ‘동결’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위험요인에 대해 금융시장과 대출자 등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 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한은이 기준금리의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한계가구나 한계기업, 중소기업 등의 자금난을 지원해줄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는 언젠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가계부채나 채권시장의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을 시장에 알려서 미리 위험관리를 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