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교육 양극화 ‘수저 계급론’ 고착화 우려
[사설] 사교육 양극화 ‘수저 계급론’ 고착화 우려
  • 신아일보
  • 승인 2017.03.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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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사회 계급이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됐다.

사교육비 지출 격차로 인해 현재 생활 수준 등을 고려해 ‘금수저·흙수저’로 구분 지어 농담 삼아 한 말들이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삶의 형편이 나은 고소득층은 자녀들을 위해 더 많이 투자한 반면 경기 침체로 인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맨 저소득층은 우선 사교육비 지출부터 줄였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학부모 4만 3000여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최하위 가구가 5만원, 월 소득 700만원 이상 최상위 가구가 44만 원으로, 9배에 달해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커졌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35만 2000원으로 가장 많고, 전남이 16만 2000원으로 가장 낮았고, 서울과 수도권, 인천 지역 사교육비 규모는 10조 2000억 원으로 전체의 56.7%를 차지하며 사교육비 지출의 쏠림 현상도 여전했다.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1만2000원 늘어난 역대 최고를 보였고, 4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사교육에 쓴 돈이 늘어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줄어든 반면 1인당 지출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사교육비 양극화로 ‘수저 계급론’고착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취업 포탈 잡코리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92%는 집안 형편에 따라 금·은·동·흙수저로 계급이 결정되는 ‘수저 계급론’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한민국은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에는 직장인의 79.0%가 ‘공정치 못하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미래의 희망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힘이 있고 가진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인식이 만연되고 거기에다 공평한 기회까지 제공받지 못한다면 기대와 꿈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장기간 경기침체와 취업난 악화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상실감과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한국에서의 삶이 지옥(Hell)’같다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이들이 희망이 없다고 얘기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의 도움은 바라지도 않는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타고 소위’개천에서 용났다’라는 말이 다시 듣고 싶다.

그럴려면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도층이 앞장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실천도 중요하다 하겠다.

우리사회가 돈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극명하게 나뉘어지면서 계층간 이동이 어렵고 부와 빈곤의 대물림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화되면 미래는 어둡다. 각종 갈등으로 사회 문제만 불거질 뿐이다.